총선 투표율 67% 역대 최고지만…장애인 "여전히 우리에겐 험난한 투표"

투표소 문턱에 전장연 대표 포체투지 경찰 제지…'선거 장벽' 지적

선관위 "특수형 기표 용구 도입 등 변화 시도하고 있어"


"장애인은 투표하고 싶으면 선관위에 미리 신고하라네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 A 씨는 10일 오전 투표소 정문에 있는 높은 턱에 막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때 만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이 더 높은 벽으로 다가왔다. 그는 "미리 이야기했으면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A 씨를 탓했다.


A 씨는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겨우 입장해 투표를 마쳤지만 이 과정에서도 건물 관리인이 정문으로 와야 한다며 짜증을 냈다"고 토로했다.


제22대 총선 본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장애인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어려웠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장애인들은 선거 때마다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지만 여전히 '선거 장벽'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부터 선관위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쉽게 찍을 수 있게 돕는 특수형 기표 용구를 도입했다. 몸이 불편해 칸 안에 도장을 찍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조치다. 이 밖에도 선관위는 장애인 콜택시 등 차량을 지원하고, 승강기 없는 투표소에는 1층에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길은 여전히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뿐만 아니라 후보 공약을 살피는 것도 여전히 숙제다. 점자 자체를 읽지 못하는 대다수 시각 장애인들은 정치인들의 공약을 파악하기 위해 TV토론이나 라디오 등을 듣는 현실이다. 글자보다 그림이 익숙한 지적장애인 역시 글자뿐인 투표용지가 읽기 어렵다며 그림이나 로고를 넣어달라고 요구한다.


한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도 이날 투표하기 위해 온몸으로 바닥을 기어 투표소를 세 번 찾은 후에야 성공했다. 앞서 사전투표 이틀 내내 박 대표는 바닥을 기는 포체 투지 방식으로 투표소를 찾았지만 소란행위라는 이유로 혜화경찰서와 종로구 선관위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당했다.


또 투표소 직원이 '장애인 복지카드는 신분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박 대표에게 투표용지를 주지 않는 소동도 벌어졌다. 공직선거관리규칙상 장애인 복지카드는 투표 시 신분증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 선관위는 '직원의 착오'라며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째 시도 만에 투표를 마친 박 대표는 이날 오전 혜화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의 사전투표 거부행위는 명확한 시민권 침해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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