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운 친구들 '첫 투표' 설렘·'보행기 어르신'까지 투표 물결

유권자들 "오직 서민만을 위해야" 한목소리

'막 오른 총선' 각양각색 유권자…초점은 '민생 안정'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 본 투표가 시작된 10일 전국 각지 투표소에는 동이 채 트기도 전인 이른 시간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30초에 1번꼴로 찾는 등 사전투표일(5~6일)보다 더 뜨겁게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기도 했다.


청장년층부터 고령층까지 각양각색의 유권자들은 저마다의 바람이나 뜻을 품은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다수 유권자는 '정권 심판'과 '국정 안정'을 떠나 '오직 서민만을 위하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투표에 참여했다.


◇'밤새운' 청년들, '70 평생' 1등 투표한 노인


"20세가 된 후 첫 투표, 친구들과 밤까지 꼴딱 새우고 왔어요. 그냥 나라만 잘 굴러갔으면 좋겠죠."


이날 오전 6시 25분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1동 제5투표소 대선초등학교에서 만난 김세영 씨(19)와 신희수·윤형주·최원혁 씨(18)가 전한 말이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인 이들은 올해 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현재 대학교까지 다니고 있는 어엿한 성인이자 사회 구성원이다.


특히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주역, 즉 청년이기도 한 만큼 작금의 정치·사회적 관심이 누구보다 뚜렷해 보였다.


지난주부터 동시 투표 참여를 약속하는 등 의기투합한 데 이어 전날 밤부터 한자리에 모여 기나긴 밤을 꼴딱 새웠을 정도다.


이어 "지금은 사회초년생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취업이 많이 어렵다고 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취업에 대한 지원도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각 전북 전주시 완산구 기전중학교 1층 무용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마주친 이병석 씨(73)는 이날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


이 씨는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려고 새벽 운동 마치고 바로 왔다"며 "어릴 때부터 이때까지 항상 내가 사는 지역에선 첫 번째로 투표하려고 했고, 오늘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 투표소에서는 오전 5시 50분부터 10여 명의 유권자가 투표소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동 불편해도 '한 표'…전국 유권자 행렬


난생처음 투표에 참여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보행기·지팡이를 동원하면서까지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자주 나타났다.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 제1투표소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대학생 이 모 씨(20·여)는 이날 '인생 첫 투표'를 했다.


그는 "긴장한 채로 투표소로 찾았다.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 공보물을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력 등을 꼼꼼히 챙겨봤다"며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인증샷도 남겼다"고 말했다.


이곳에 휠체어를 탄 채 투표소에 방문한 50대 남성은 당선될 국회의원들에게 "약자까지 챙기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제주시 연동 제1투표소 의원회관에서 만난 대학생 정태희 씨(19) 역시 생애 첫 투표의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첫 투표여서 설레고 떨렸다"며 "제주시를 잘 이끌 후보를 소신껏 뽑았는데 청년 취업과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육 파열로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백미화 씨(52·여)도 팔 깁스를 한 채 환자복을 입고 광주 서구 상무1동 제4투표소 상무고등학교를 찾았다.


백 씨는 "넘어져서 수술을 하는 바람에 투표를 못할 뻔했다"며 "국민들의 열망이 높은데 부디 새로 뽑히는 국회의원들이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기 아니여?"…무효표·투표소 착각 '혼란'


한 투표소에서는 무효표 해프닝이 발생하는가 하면 일부 유권자는 사전투표소와 본 투표소를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 서구 상무1동 제4투표소 상무고등학교에서는 김 모 씨(45·여)가 투표 도중 "모르고 도장을 두번을 찍었는데 어떡하냐"며 "무효표 되는 것 아니냐. 다른 방법이 없냐"고 초조해했다.


김 씨는 투표용지에 도장이 연하게 찍히자 재차 찍으려 했는데 기존 위치보다 조금 벗어나 옆쪽에 찍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무원은 "같은 정당에 두번 찍었으면 괜찮다"며 유권자를 안심시켰고, 유권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씨는 "나라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찍부터 나온 건데 제 권리를 잘 못 행사한 건가 싶어 너무 놀랐다"며 "다행인 만큼 제 한표가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대전 서구 내동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김모 씨는 투표 개시 시간 직후 버스를 타고 거주지에서 1㎞쯤 떨어진 맑은아침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주권을 행사하려 했다.


하지만 투표사무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한 김 씨는 "잘못 오셨다"라는 안내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다. 내동에 유일하게 설치된 사전투표소였던 해당 경로당에서 당연히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천 남동구 만수1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박승용 씨(59)도 "장수초를 가야 하는데 이곳으로 잘못왔다"며 "알고보니 제 집 옆에 바로 투표장이 있었는데, 잘 알아보지 않고 왔더니 이 사달이 났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유권자 "오직 서민만을 위해야" 한목소리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론'과 '국정 안정론'을 두고 고심한 끝에 결국 '민생 안정'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 수영구 수영구생활문화센터 광안2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이 모 씨(83)는 "나라가 어려울수록 투표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번에도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며 "보수, 진보 다 필요 없이 내 자식, 손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제2투표소 평내초등학교를 찾은 자영업자 김 모 씨(37)는 "가게 월세 내기 빠듯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먹고 사는 걱정 안 할 수 있도록 서민을 생각하는 후보가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만수1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한 김기남 씨(72)는 "투표는 시민으로서 꼭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뉴스를 보기 힘들 정도로 나라가 힘든 거 같다. 올바른 정치인이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울산 북구 농소2동 제6투표소 동대초등학교에서 마주친 황 모 씨(52)는 "긴장되는 마음에 잠을 잘 못잤다"며 "이번 총선은 심판 선거인 만큼 보수든 진보든 다들 간절한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 광양읍 제4투표소 광양동초등학교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김정봉 씨(67)는 "누가 되든 간에 깨끗하고 정직한 국회의원이 됐으면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국민과 지역민을 섬기는 정치인, 민생만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한다"고 염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기준 현재 전국 본 투표일 선거인수 3020만 1606명 중 307만 4727명이 투표에 참여해 6.9%의 평균 투표율을 기록했다.


본 투표일 선거인수는 이번 총선의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우편 및 사전투표 인원(1407만 8405명)을 제외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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