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든 메신저, 어떻게 日 최고가 됐나

지난해 3월 기준 '라인' 日 MAU 9500만 명

"현지화 넘어 문화화 전략 성공"


일본의 국민 메신저는 '라인'(LINE)이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상이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나면 "전화 대신 라인을 이용하라"고 권할 정도다. 네이버(035420)가 만든 라인은 어떻게 일본 시장을 선점했을까.


네이버의 일본 진출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네이버는 2000년 초기 자본금 1억 엔으로 네이버재팬을 설립했다. 하지만 검색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사업 철수를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은 네이버에 뜻밖의 기회를 안겼다. 일본 내 전화, 문자 등 기존 연락 체계가 붕괴된 상황. 이때 네이버는 지진에도 끄떡없는 서버 안정성을 갖춘 라인이라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놨다.


이후 '라인 무제한 무료 통화' 서비스를 강조한 TV 광고로 더 큰 성공을 거뒀다. 비싼 요금제로 독점체제를 유지하던 일본 통신업계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기도 했다.


그 결과 라인은 출시 300일 만에 50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지금은 일본 인구 80%가 라인을 쓰고 있다. 라인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9500만~9600만 명을 오간다. 사실상 스마트폰을 쓰는 인구가 라인 이용자다. 


일본에선 라인을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전략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일본 법인을 세운 데 이어 디자이너부터 개발자까지 모두 일본에서 채용했다. 한국기업에 반감이 큰 일본 내 성공을 위해선 '현지화'를 넘어 '문화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2021년 친밀한 사업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던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았다.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야후재팬,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와 네이버 라인을 합쳐 글로벌 진출 계획을 세웠다.


이에 지분을 반씩 나눈 합자회사 A홀딩스를 설립했다. A홀딩스는 야후재팬과 라인을 운영하는 Z홀딩스 지분 65%를 보유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시너지 강화를 위해 야후재팬과 라인을 통합하고, Z홀딩스 사명을 '라인야후'로 바꿨다. 


이런 복잡한 구조 때문에 한국인들마저도 라인을 일본회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라인은 철저히 한국인이 만들고 일본에서 성공시킨 메신저다.


네이버는 라인 일부 시스템의 개발·운용·보수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다. 라인이 벌어들인 돈은 네이버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최근 일본 정부는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대주주여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일본 정부 논리다.


하지만 차근히, 합법적으로 지배력을 키워온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말을 들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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