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통에서 미모의 여고생 시체 발견"…'백화양조' 그렇게 망했다

계열사 사장 아들, 교제중인 여성 익사시켜

'남자 관계 복잡' 의심, 살해…'거짓말 탐지기' 통해 자백


현재 롯데주류에서 생산되고 있는 '백화수복'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청주가 있다. 이 청주를 원래 생산하던 곳은 '백화양조'. 광복 직후인 1945년 말 전북 군산에 설립된 오래된 주류회사다.


'백화수복'이 '백화양조'에서 만들어져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한 직원이 공장 양조장을 점검하던 중 술통 안에서 익사 상태로 있는 여고생의 사체를 발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교제 중인 여고생, 남자관계 의심해…추궁 끝에 살해


1978년 4월8일 오전 4시30분쯤 A 군(당시 18세)은 과외받으러 가는 B 양(당시 18세)의 앞을 가로막았다.


군산 소재 여자상업고교 3학년이던 B 양은 백화양조 계열사 사장 아들 A 군과 교제하던 사이였다. 두 사람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동갑내기였다.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던 B 양은 A 군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꿨고,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던 B 양은 남학생들에게 '퀸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A 군 또한 군산지역 '갑부집 아들'로 알려지며 여고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고등학생인 두 사람은 A 군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렵 한 친구로부터 'B 양의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식의 얘기를 듣고 잔뜩 화가 난 A 군은 B 양이 자기 외에 다른 남자를 만나는지를 의심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날인 4월 8일 A 군은 B 양을 불러내 자신의 아버지가 계열사 사장으로 있는 백화양조 공장으로 향했고, 경비원이 없는 틈을 타 회사 내 2층 실험실로 함께 이동했다.


이날 실험실에서 A 군은 B 양의 남자관계를 추궁하며 다른 남자와 성관계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B 양은 결백을 주장했으나 A 군은 그를 더욱 몰아세웠다.


이에 B 양은 자신의 결백을 보이겠다며 스스로 옷을 모두 벗었다. 그런데도 A 군은 B 양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에 모욕감과 수치심, 그리고 공포감을 느낀 B 양은 경련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당황한 A 군은 B 양이 깨어나지 않자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술통에 넣어버렸다. 하지만 당시 단순히 의식을 잃은 B 양은 사망하지 않은 상태였고, 결과적으로 A 군에게 익사를 당하고 말았다.


◇술통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신…유력 용의자는 범행 부인


당시 현장을 정리한 뒤 회사를 빠져나온 A 군은 아무런 일도 없는 듯 평소처럼 생활했다.


그렇게 한 달여쯤 후 술통에서 B 양의 시신이 발견됐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시 용의자를 20여 명으로 압축했다.


이후 경찰은 A 군이 사건 발생 하루 전 B 양의 집에 전화해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정황 등을 포착했고, 4월 26일 A 군을 살인 및 시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A 군은 자신의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토대로 기소한 최초 사건


이 사건은 범죄·수사학상 매우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이다. 범행 자백을 받기 위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가 도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A 군이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자 검찰은 거짓말탐지기로 조사를 도입해 13개 항목의 질문을 했고 A 군의 혈압과 맥박, 호흡량 등의 기록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자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 계속된 추궁 끝에 자신이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A 군은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A 군을 살인죄와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이것은 국내에서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한 최초의 사건이다.


◇고작 징역 3년 형…만기 출소한 뒤 근황 알려지지 않아


1978년 10월14일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보강증거로 인정하며 피고인 A 군에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의 정확성을 담보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다른 증거들에 의해 강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 원심형량을 확정했다.


A 군은 1981년 만기 출소했으며 근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체 소주' 소문난 백화양조…결국 경영권 넘어가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당시 한 잡지사에선 백화양조 변사사건을 심층보도 했다.


이에 백화양조 측에서는 소문을 막기 위해 발행된 잡지를 전량 구매하여 소각 처리했고, 또다시 잡지사 측에서 대량 재판발매를 했지만, 백화양조 측에서는 다시 한번 이를 전량 구매하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시체가 들어간 소주를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근간이 휘청대기 시작한 백화양조는 나락의 길을 걷게 됐다.


결국 1985년 12월 백화양조의 경영권은 두산그룹에 넘어갔다가 2009년 롯데주류에 매각됐으며, 대표 브랜드인 '백화수복'은 차례주인 '청주'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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