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통일안' 요청했는데…의료계 '2000명 반대' 여론전 확산

서울의대 교수들, 尹 담화에 "사태원인 몰이해" 반박문 배포

유튜브·배지·포스터 등…'2000명 재검토' 여론몰이·헌법소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에 "통일된 의대증원 방안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통령 바람과 달리 의료계에는 "2000명 증원은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더 들끓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정면 반박하는 자료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 "2000명 증원은 필수의료를 더 힘들게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팩트체크'라는 반박문을 내 "담화문이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2000명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한 발언에 대해 "계획됐던 합리적인 접근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시에 2000명 늘리는 이유'를 되물으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입장을 예시로 "증원이 일시에 대규모 이뤄진다면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음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담화문 전반에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몰이해, 본질에 대한 호도, 의료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가득했다"면서 1만자가 넘는 분량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뉴스1에 "대통령은 증원 배경과 당위성, 강경하게 밀어붙일 거란 입장만 발표했다"며 "전공의들을 부르려면 대통령이 다시 정제된 내용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의 김미영 산부인과 교수는 "의사 수 증원은 필수의료 붕괴 해결책이 결코 아니다"라며 "전공의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영훈 신췌장이식외과 교수도 "2000명 증원은 비효율적이다. 필수의료 하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낙수과' (낙인이) 되니까 견디기 힘들고, 정부 태도를 볼 때 모멸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전국 각지의 의대 교수단체들은 SNS를 통해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 위기의 원인 진단도, 해법도 어긋났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의대증원 2000명의 근거로 제시한 연구보고서 어디에도 '2000명 증원'을 제안하지 않았다거나 보고서의 저자들마저 2000명 증원을 우려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충남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젊은의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와 '필수의료사수, 의료새싹을 보호해 주세요'가 새겨진 배지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의교협 소속 단체들에 공유했다.


전의교협은 2000명 증원 재검토를 요구하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전의교협은 2000명 증원이라는 정부의 공권력에 교수의 자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등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다음주 초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달 말 시도의사회를 거쳐 회원들에게 '의대증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배포했다. 이를 병의원에 부착하는 등 널리 알려달라는 취지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정원 2000명 늘리면 필수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반문하며 "정부는 10년 후에도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의대증원이라는 잘못된 해법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증원 철회"를 요구했을 뿐 단일안 마련 요구는 생각지 못한 모습이다. 양측 갈등에 변수가 생겼다면 "대통령 언급대로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꼽힌다.


이에 대해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4일 중수본 브리핑 모두발언을 통해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대화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를 맞대 충분히 얘기하며 듣는 과정을 거치면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올 것"이라면서 "집단행동으로 인한 국민 의료 이용 불편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