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만 더치페이? '베이비부머'도 고물가 부담에 "각자 낸다"

"오늘 내가 쏠게"는 옛말…기대수명 늘고 수입은 감소 '밥값 부담'

"교류 지속하면서 경제적 부담 줄여야…더치페이 합리적 인식 확산"


# 서울에 사는 A 씨(62·남)는 치솟은 외식 물가에 친구들과 식사비용을 나눠 내기 시작했다. A 씨는 "주기적으로 만나는 대학 동기 5명과 얼마 전 밥을 먹었는데 12만 원이 나왔다"며 "모두 직장을 다닐 때는 돌아가며 밥을 사곤 했지만, 하나둘 퇴직한 후부터는 밥값이 부담스러워 각자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한턱 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쏘는 문화'에 익숙했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도 은퇴로 수입이 감소하자 MZ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더치페이(각자 내기)에 동참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약 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외식 물가 역시 3.4%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는 오르고 주머니는 얇아지다 보니 중장년층도 더 이상 "오늘은 내가 쏠게"라고 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파주에 사는 60대 남성 B 씨도 "최근 회사 동기들과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에 놀러 가 밥을 먹고 칼같이 n 등분해서 정산했다"며 외식비 부담을 줄이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은퇴를 곧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중장년층들은 고정 수입이 끊겼거나 노후 대비로 가뜩이나 사정이 여의찮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박 모 씨(58·여)는 "퇴직을 앞두고 노후도 바짝 준비해야 하는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돈을 모으기가 여유롭지 않다"며 "직장 선배라서 원래는 후배들에게 자주 밥을 사주곤 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이제 후배들도 눈치껏 나눠서 내곤 한다"고 말했다.

더치페이가 오히려 편하다는 중장년층도 적지 않다. 경기 김포에 사는 임 모 씨(57·남)는 "처음에는 더치페이가 쪼잔한 문화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과 오래 만남을 이어가려면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고물가 시대에 고정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는 단돈 몇만 원도 얼마나 부담스럽겠냐"고 반문했다.

임 씨는 "(모임에서) 더치페이를 제안한 이후 그동안 '내가 사야 하나'라는 말 못 할 고민을 했다고 다들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 중장년층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던 사람들이 노인이 된 후 이렇게 힘들게 사는 현실을 보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라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한정돼 있고, 은퇴 이후 얼마큼 자산을 모으고 분배해야 하는지 막막할 것으로 보인다"며 "타인과 교류는 지속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은 줄이고 싶다 보니 젊은 세대 문화인 더치페이가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