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없는 유채꽃 축제…"조금만 펴도 좋아" 하루 3만명 북적

지난해 말 폭우·폭설로 축제 관상용 유채 파종 번번이 실패

채종용 꽃은 '활짝'…벚꽃·유채꽃 어우러진 녹산로 큰 인기


"어…?"


제41회 서귀포 유채꽃 축제 2일차이자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 광장.


축구장 면적(7140㎡·국제 규격)의 13배가 넘는 9만5000㎡의 너른 땅에 노란 유채꽃 물결이 넘실대는 장관을 기대하고 온 상춘객들은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하나 같이 당황스러워했다.


4분의 1 남짓한 곳에만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고 나머지 땅은 마치 일부러 뒤집어 놓은 듯 온통 흙밭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당황스럽기는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채꽃 광장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주민들은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다", "우리 동네 큰 자랑인데 너무 아쉽다", "하늘이 하는 일인데 어쩌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가시리 마을회가 이번 축제를 열기 위해 이 곳에 유채 씨앗을 심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주민들은 먼저 종자 수확용으로 광장 일부에 기계로 씨앗을 너르게 뿌려 심은 다음 며칠 뒤 나머지 공간에 축제 관상용으로 씨앗을 빽빽하게 뿌려 둔 상태였다.


그렇게 파종 작업이 끝난 당일, 황당하게도 기습적인 폭우에 뒤늦게 뿌린 씨앗이 모두 쓸려 나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연말 며칠 동안 이어진 폭설로 인해 그 해 11월 어렵사리 다시 뿌려 심었던 유채들까지 다 얼어죽고 만 것이다


주민들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 들어 3차 파종을 마쳤지만 이 유채들은 축제가 끝난 4월 말 혹은 5월 초에 꽃을 피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도 웃음꽃은 가득했다.


종자 수확용이기는 하지만 곳곳에 펼쳐진 유채꽃밭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예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도, 축제장을 누비며 승마·깡통 기차·흑돼지 시식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공식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광장 옆 녹산로도 인기를 끌었다. 차 없는 거리 운영으로 소음 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 사람들은 하늘을 수놓은 벚꽃을 바라보며 노란 유채꽃길을 걷고 또 걸었다.


관광객 김선아씨(23·여)는 "유채꽃이랑 벚꽃 모두 조금 덜 피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이 3월의 마지막 날인데 이렇게라도 봄 풍경을 즐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4월에 활짝 핀 꽃을 보러 다시 한 번 제주에 올 생각"이라고 했다.


축제 첫날인 전날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3만여 명. 가시리 마을회는 축제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총 5만~6만여 명이 다녀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시리 마을회 관계자는 "잇단 자연재해 속에서도 이번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며 "축제를 찾아 주신 모든 분들이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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