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무 없애고 허리띠 졸라매기…경영평가 돌입한 발전공기업 '사활'

한전그룹사, 창립기념일 휴무 폐지…'저출산 대응' 정부 보조맞추기

'전기료 또 동결' 재무구조 개선 지지부진…"경영악화 책임 억울"


기획재정부가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본격 돌입하자 지난해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든 발전공기업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유급휴무 조항을 삭제하고 '밸류업' 정부 지침에 발맞춘 행보 등으로 등급 인상 총력전에 나섰다.


다만 전기요금 정상화 지연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으며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발전공기업들 사이에선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 속 재무제표 수치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 및 한전그룹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내부규정을 개정하고 관행적으로 쉬어 온 유급휴무 규정을 손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연봉 및 복리후생관리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사(社)창립기념일과 노조창립기념일 유급휴무 규정을 올해부터 폐지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4일 한전의 노·사 사창립기념일에 해당하는 '사회공헌의 날'을 폐지하는 내용의 '노경 합의문'을 발표했다. 나머지 발전공기업들 역시 대부분 내부규정에서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정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출산 및 육아를 장려·보장하기 위한 조치에도 적극적이다.


서부발전은 다태아 출산휴가를 10일에서 15일로 확대하고, 임신 중인 여성 모호보호시간을 하루 2시간씩 유급화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동서발전은 한 번에 둘 이상의 자녀 출산 시 유급휴가를 5일 더 지급한다. 아울러 불임치료 시술 시 2~4일의 휴가를 지원하는데, 남직원에게도 정자 채취일에 1일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남동발전은 임산부 및 미성년자 유해·위험사업 직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43조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직급 이상 임원들이 올해 임금인상분을 전액 반납한 데 이어 직원들도 80.9%가 이에 동참하며 122억 7000만여 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향후 이 재원을 토대로 희망퇴직을 추진할 전망이다.


자산 매각 물밑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21일 한전KDN 지분 매각을 위한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노조 반발 및 내부에서도 알짜 자회사 지분매각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안건 상정이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자사주 800주를 매입하는 등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발전공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보조를 맞추며 군살 빼기에 돌입했지만, 올해 경영평가 전망도 밝지 않다. 202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의 재무구조 여파가 전력업계 전반에 드리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수원은 전년도와 같은 'B' 등급을 받았지만 한전 'D' 등급을 비롯해 △중부발전(A→C) △서부발전(A→C) △남부발전(A→C) △남동발전(A→B) △동서발전(S→B) 등 발전5사의 경영평가 등급은 일제히 하락했다.


심각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한전이 지난해 말 3조 2000억 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하면서 이를 나눠 부담하게 된 발전자회사들은 연초부터 잇단 회사채 발행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으며 1분기에 이어 2분기 전기요금까지 동결하면서 발전공기업들의 '고난의 행군'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한전 전력그룹사 한 관계자는 "어려운 전력업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올해 경영평가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시장에 부합하지 않는 요금구조 때문에 비롯된 경영악화의 책임을 공기업들에만 지우는 것은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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