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 22억에 람보르기니·벤츠까지 나온 상품권 업체…실체는 '돈세탁'

허위 상품권업체 설립해 현금과 상품권 교환 방식으로 자금 세탁

서울 성동서, 8명 검거 6명 구속…'몸통' 사기조직 추적 중


허위 상품권 업체를 설립해 사기범죄 수익금 420억 원을 세탁해 준 일당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상품권 업체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해 현금 22억 원과 람보르기니와 벤츠, 명품 시계 등 총 28억4000만원의 범죄수익도 확보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8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허위 상품권 업체 대표 등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 남성으로 동향 출신의 지인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 일대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허위 상품권 매매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 범행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면서 유튜브 주식 방송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쌓은 후 "최소 50% 이상 수익률을 볼 수 있다", "저가에 주식을 매입해 투자자들의 계좌로 주식을 할당해 줘 300~600%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등으로 속여 투자금을 편취했다.


사기 조직은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사기 수법을 비롯해 △부업 알바 사기 △금·오일 투자 사기 △AI(인공지능) 프로그램 투자 사기 △대화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로맨스 스캠 등 다양한 신종 사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조직은 입금된 피해금을 세탁하기 위해 피의자들이 설립한 허위 상품권업체(B업체)로 전달했고, B업체는 돈을 수표로 출금해 실제 상품권 업체인 A업체로부터 받은 상품권과 교환했다.


B업체는 다시 A업체의 하부조직인 C업체에 상품권을 전달하면 C업체는 다시 이 상품권을 A업체에 전달해 현금을 받았다. C업체는 받은 현금을 조직의 현금수거책과 자금세탁총책을 통해 조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즉 상품권 거래인 척 위장했지만, 실제 상품권은 A·B·C업체 등 상품권 업체 3곳을 차례로 돌면서 다시 A업체로 돌아가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았다. 현금이 수표로 출금됐다가 합법적인 자금인 척 다시 사기 조직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A업체와 C업체는 상품권 거래 수수료로 0.5%의 수익을 얻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상품권업체와 공모해 허위의 상품권 매입·매도 영수증을 작성하고, 상품권업체 방문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촬영해 마치 정상적인 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경찰은 지난 달 초 허위 상품권 업체인 B업체의 사무실을 수색한 결과 B업체 대표들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 22억 원과 람보르기니·벤츠·제네시스·카니발 등 차량 4대, 명품 시계 등 범죄수익 28억 3968만 원 상당을 확보해 압수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피해자 86명을 확인했고 이들이 편취당한 금액만 약 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한 명이 갈취당한 최대 피해금은 7억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상품권 업체 3곳의 법인 계좌 내역을 추적한 결과, 피의자들이 세탁한 자금은 총 420억 원에 달했다. 이에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검거된 피의자 8명은 이달 중순 서울 동부지검으로 송치됐다.


사기 조직의 현금수거책 1명과 자금세탁총책 1명은 해외로 도피해 경찰 수배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베트남에 체류 중인 것으로 보고 인터폴 공조 등을 통해 추적할 예정이다.


다만 경찰은 가장 윗선에 있는 사기 조직의 구체적인 규모와 성격, 범죄 행각에 대해서는 아직 다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먼저 자금세탁총책을 검거한 뒤 사기 조직의 실태를 추적 수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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