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없애고, 자사고·외고 살리면서…작년 '사교육비' 27조원 썼다

초중고 사교육비, 전년 대비 4.5% 증가…물가상승률보다 높아

수능 5개월전 '킬러문항' 배제…초·중등생 자사고 대비반 성행


9년 만에 내놓은 정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에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남긴 시점에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해 입시 불확실성을 키웠고,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 존치 결정으로 입시 경쟁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 원으로 전년(26조 원) 대비 4.5%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3년, 18조 원대였던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2019년(21조 원) 처음 20조 원을 넘어섰다. 이후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 19조 원대로 주춤한 뒤 2021년부터는 다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는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인 3.6%도 웃도는 증가 폭이다.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8%(2만 4000원)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49만 1000원), 중학교(44만 9000원), 초등학교(39만 8000) 등 순으로, 상급 학교일수록 지출이 많았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교 86%, 중학교 75.4%, 고등학교 66.4%를 기록해 전년 대비 초등학교는 0.8%포인트(p), 고등학교는 0.5%p 증가했다.


지난해 6월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사교육비 경감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책 실효성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나왔던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은 수능을 5개월 앞둔 시기에 발표돼 수험생들의 혼란을 키웠고, 불안 심리를 촉발해 사교육 수요를 높였다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방침 발표 당시 킬러문항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고, 입시업계와 수험생들은 이를 초고난도 문항으로 해석하면서 수능에서 변별력을 유지하려면 중고난도 문항인 '준킬러문항'이 많아지거나 신유형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입시업계는 '준킬러 대비반'과 각종 입시설명회를 운영했고, 불안한 수험생들이 학원을 찾으며 업계가 도리어 활기를 띠었다.


이에 대해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킬러문항 배제나 공정 수능은 가야 될 방향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안착이 되면 사교육 경감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사고·외고 존치 결정도 사교육비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자사고는 폐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정해졌지만, 바뀐 정부의 국정과제에 자사고와 외고 존치가 포함됐고 올해 1월 정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을 존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자사고와 외고는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연령대를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낮춰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사고·외고 대비반'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유명 학원가에서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생 사교육 지출도 전년보다 늘었지만 올해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이 시행돼 앞으로 유일하게 사교육비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돌봄 기능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늘봄학교가 돌봄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면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1학기부터 전국 2741개교의 희망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 누구나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대상이 확대되고, 다음해에는 2학년생도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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