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돌봄, 손놓고 정부만 바라보면…"유리지갑 '3배' 더 털려"

일본, 이미 노인돌봄에 '국민 1명당 80만원씩' 지출

"노인빈곤 심각한 한국, 일본보다 큰 비용 치를 것"


한국은행이 미래 돌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 확대와 최저임금 차등화를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돌봄 문제의 많은 부분을 '공공'이 책임져야 옳다고 주장하나, 이 경우 국민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팽팽히 맞선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있어 우리를 수년간 먼저 앞서간 일본에서는 이미 사회보험 체계를 통해 노인 돌봄에 국민 1인당 8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지고 있는 부담의 3배에 달한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판정자에게 제공된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 격) 급여 총액은 지난 2022년 기준 98조 원으로 우리나라(12.2조 원)의 8배에 육박했다.


이를 일본 전체 인구가 균등하게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78만 원으로 우리나라(24만 원)의 3배가 넘는다.


그 결과 한은은 "개호보험 관련 비용은 2000년 이후 일본 정부부채 증가를 주도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65세 이상 인구에게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고에 가해지는 압력이 너무 심하다 보니, 노인 당사자에게도 보험료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의 경우 돌봄 서비스 제공에 있어 공공의 역할이 우리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재정 부담 증가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일본의 개호보험이) 보다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고령화 진행과 함께 일본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인력난을 오로지 건강보험과 재정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일본처럼 지금의 3배에 달하는 비용을 국민들이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은 고용허가제를 확대해 외국인 인력을 더 도입하는 방식으로 돌봄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있다. 비용 완화를 위해 한은이 제안한 최저임금 차등화 등의 방식을 채택하진 않았기에 재정 부담이 더 불어난 상황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최근 일본에서는 계속 오르는 노인 돌봄 관련 비용이 거꾸로 출산·육아를 어렵게 한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은 "당장 돌봄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낮은 피보험자들의 경우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클 뿐만 아니라 개호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보험 부담이 출산·육아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속도와 노인 빈곤 문제다. 한국은 고령화 추세가 빠르고 합계 출산율도 세계 유일 0명대여서 앞으로 일본보다 심한 재정 부담에 빠질 확률이 높다.


다만 일본처럼 돌봄 문제를 공공 부문에 맡기자는 주장은 돌봄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는 다른 대안보다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요양원에 해당하는 대형 요양시설을 공공성을 고려해 사회복지법인이나 지자체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한은은 돌봄 서비스의 퀄리티도 물론 중요하나, 노인 빈곤이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한국에서는 '중산층 이하' 계층이 마주할 비용 부담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임금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아 일부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만 외국인을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돌봄 서비스 비용 부담을 낮춘 홍콩과 오스트리아의 경우 육아·가족 간병으로 인한 경제 활동 제약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입에 담은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7월 포럼 강연에서 "한국이 일본의 소득은 따라잡았지만 자산에서는 아니다"라며 "일본은 잘사는 노인, 한국은 돈 없는 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막중한 민간의 돌봄 비용 부담과 공공의 미래 재정 전망을 고려하면, 공·사가 함께 협력하는 돌봄 체계를 수립하는 방안이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높은 간병비 부담이 소위 간병살인이나 간병파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간병비의 공적 부담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를 고려했을 때 사회보험을 통한 공적 지원만으로 부담을 줄이기엔 재정 부담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일반인은 민간보험에 개별 가입하고 그 비용이나 수익에 대해 국가에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우리도 공공-민간 협력 모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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