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만 명 가운 벗고 피켓 든 날…환자들 "항암 밀리고 있다"

의협 비대위 "전공의 이탈, 의료노예 아닌 주체로 살기 위해 일어난 일"

환자 "의사가 을이면 환자는 병…대책 마련 않고 집회서 인권 논하나"


주최 측 추산 수만 명이 참가한 의료계 총궐기가 주말 오후 도심에서 개최되자 환자들이 모인 단체 측은 "의사 본인들이 '의료 노예'라는 주장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환자들의 항암 치료가 밀리고 있다"며 의사들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3일 오후 2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는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 예상 참가자를 2만5000명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주최 측은 집회 현장에서 참가 인원이 4만 명에 육박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며 "정부가 의사를 무시하고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고 성토했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과 관련해선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의료 체계에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환자 단체는 이들의 구호와 주장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오늘 집회가 끝난 후 한 위암 환자가 단체방에 '환자를 겁박하는 의사 면허증은 흉기일 뿐'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며 "우리 같은 암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쳐 재발·전이되면 그 자체로 사형선고"라고 호소했다.


김성주 회장은 "저 역시 암 환자"라며 "지금도 환자들의 항암 치료가 밀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하철이 파업하면 버스를 타든 걸어 다니든 하겠지만, 의사들이 파업하면 환자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최소한 환자들이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은 마련해놓고 시위를 하든 협상이나 논의를 하는 게 맞는다"고 꼬집었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이사는 "의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자신들이 '을'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환자들은 '병' 아닌가"라며 "피켓에 쓰여 있는 '의료 노예'라는 단어를 보고 이렇게까지 나올 일인가 싶었고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15분 이른 오후 3시43분쯤 마무리됐다. 주최 측이나 집회 참가자 모두 과격한 행동이나 발언을 삼가면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종료됐다.


다만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집회 당시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 이모씨는 "근처 교회에 왔다가 너무 시끄러워 나와봤다"며 "자기 가족이 아파도 저러겠는가"라고 말했다. 80대 남성 황모씨는 "결국 밥그릇 챙기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평소 의사를 존중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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