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명 가지고 온 국민 불안에 떨게…집단이기주의 끝판왕"

"세부 계획 없이 몰아붙이기로 정책 만든 정부도 문제"

'의료 파업' 이틀째 의료현장 곳곳 혼란 가중


"한 달 전 예약한 수술이라 내일모레 입원해서 수술받기로 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고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파업'이 본격화된 지 이틀째인 21일. 경기 화성 동탄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수술 날짜만 꼬박 기다렸는데 입원 이틀 남겨놓고 수술을 못하게 돼 우울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급성이고 악성이라 빨리 수술해서 조직검사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파업 시작이라니 암울하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 단체행동이 물러섬도 없어보이고 정부도 탱크처럼 밀고 나가니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이날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B 씨(40대·여)는 "수술을 앞두고 있어 의료 파업 이후로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다"면서 "집단이기주의 끝판왕인 거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B 씨는 "안 그래도 수술 앞두고 걱정이 많아졌는데 사람 생명을 가지고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해도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오늘 진료도 3달 전에 예약해 겨우 온 것"이라면서 "대학병원 예약하려면 두세 달은 기본인데 정원은 당연히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세부 계획 없이 몰아붙이기로 정책을 만든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도 있었다. 진료 예약을 보러 왔다는 C 씨(50대·남)는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꼭 필요한 곳에 의사수가 늘어나겠냐"면서 "이번 계기로 꼭 필요한 외과, 응급의학과 등에 의사수가 증대되고 세부 방침에 대해서도 합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의 사시 수술을 하러 왔다는 D 씨(30대·여)는 "1시간째 무한대기 중"이라고 했다. "진료과를 가보니 전공의 파업으로 날짜 변경하고 취소하느라 바쁘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주대병원은 여느 때와 같이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진료를 보러 온 시민들은 의료파업에 노심초사하는 하는 분위기였다. 아주대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정상 진료를 하고 있고 필수 진료도 정상 가동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각 진료과별, 교수님별 개별적으로 하는 거라 다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인터넷 환우 커뮤니티에도 의사 파업과 관련해 수술 일정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갑상선 환우 커뮤니티의 한 게시자는 "원래라면 다음주 화요일 수술을 진행하는건데 파업으로 수술이 밀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받기 전 각종 검사를 이미 받았는데 해당 검사는 2주 정도 유효해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수술전 재검사를 또 해야 한다더라"며 "병원에선 다행히 최대 2주 이내로 수술 일정을 잡아준다고 했는데 시끄러운 와중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의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의사의 컨디션 전공의의 컨디션도 중요하지 않냐"며 "수술대 위에서도 수술이 잘될지 걱정인데 더 심란하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확산으로 의료 공백이 우려됨에 따라 경기도는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비상진료대책본부'(본부장 행정1부지사)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했다.

오병권 행정1부지사는 이날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 아주대 병원 등 9개 권역응급의료센터 병원장, 경기도의료원장, 성남시의료원장, 국군수도병원장 등이 함께한 가운데 경기도응급의료협의체회의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대응 상황을 살핀 후 오후 1시쯤 주대학교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상황 등을 점검했다.

경기도 집계를 보면 전날 기준 도내 40개 전공의 수련병원 가운데 33개 병원 소속 전공의 157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경기도 전체 전공의 2321명 중 67.8%에 해당한다.

수원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 기준 아주대병원은 241명 전공의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173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성빈센트 병원은 123명 전공의 중 85%에 육박하는 105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경기도의료원수원병원의 경우 전공의 3명 모두가 파업에 참여했다. 동수원 병원도 전공의 6명 가운데 6명 모두가 사직서를 낸 상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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