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지방의대 대신 서강대 전자공학과 갔다…"의사 질 하락 말 안 돼"

1980년대 서울대 물리·전자공학과가 의대보다 합격선 높아

"2022년 학부 전환으로 모집 늘었지만 평균점수 변화 없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의사 단체들이 의료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지만 입시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실제 지금의 50대 중후반이 대학에 진학하던 1980년대에는 서울대 물리학과가 의대보다 합격선이 높았고, 서울 주요 대학 전자공학과 등을 갈 성적이면 지방대 의대도 진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사 질 하락이다.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이전보다 점수가 낮은 학생이 입학하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입시전문가들도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대입에 지각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합격점수를 공개한 학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고려·연세대 자연계열 학과 91개 중 의대 지원이 가능한 학과가 26개에서 62개로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일반학과의 68.1%에 해당한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는 의대 지원 가능 학과가 전체 45개 학과 중 3개(6.7%)에서 11개(24.4%)로 늘어난다. 

입시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의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전문가는 "전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학생이 의대에 간다고 했을 때 이전까지 3058등까지 갔다면 5058등까지 간다는 의미"라며 "올해 수능 응시생이 44만명인데, 의사 자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1980년대 배치표를 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전국 의대가 모두 채워져야 서울대 공대가 찬다는 풍토와는 많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신문에 실린 1985년 학력고사 점수 자연계 배치표를 보면 서울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가 311점(340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서울대 의예과(308점)였다. 서강대·한양대 전자공학과의 합격선이 충남대·전북대·영남대 의예과와 같은 263점에 속한 것이 눈길을 끈다. 

1986년 학력고사 점수 배치표를 봐도 비슷하다. 서강대·한양대 전자공학과의 합격선은 274~280점으로, 충남·충북·전북·인제대 의예과와 같은 점수대다. 앞에 언급한 입시전문가는 "1980년대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정도 갈 성적이 되면 지방의대를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의대 정원 확대로) 점수가 낮은 학생이 들어오면 의료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1980년대 초 졸업정원제를 해서 정원의 30%를 더 뽑았지만 그때 학생들이 대학에서 중진 이상 교수도 하고 아주 좋은 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2학년도부터 의대가 의전원에서 학부 전환을 완료하고 약대가 학부 모집을 시작하면서 의약학계열 모집정원이 늘었지만 의대 수능 평균 점수(국수탐 백분위 70% 컷 기준)는 2021학년도 97.4점에서 2022학년도 97.9점, 2023학년도 98.1점으로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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