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없는 1형 당뇨 선진국선 '장애' 간주해 평생 지원…우리나라는?

채용 등서 차별 금지…소득·지역별 의료지원

韓, 19세 미만 자부담률 10%까지 낮췄지만 "요양급여로 전환 필요"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불쑥 찾아온 병. 원인도, 치료 방법도 모른다. 다만 당뇨와 증상이 비슷해 1형 당뇨라는 이름이 붙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한 번 진단받으면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상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해 정밀 인슐린펌프 등 첨단 의료기기 의존도가 높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1형 당뇨를 일종의 '장애'로 간주한다. 채용 과정에서 차별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병을 관리할 때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맞춤형 지원이나 보조금, 교육체계 등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 英, 당뇨 치료제 무료 처방…임신 중엔 연속혈당측정기 제공 필수


영국에서는 당뇨병 약을 복용하는 경우 약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당뇨병 치료제를 무료로 처방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60세 미만은 의료비 면제 증명서를 발급받아 작성해야 청구가 가능하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의사에게 환자의 연령, 거주지역, 상태에 따라 첨단 의료기기인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펌프(자동주입기) 착용을 권고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는 18세 미만 1형 당뇨 환자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중 하나인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잉글랜드나 웨일스에 거주하는 12세 미만 1형 당뇨 아동은 인슐린 펌프가 권장된다.


18세 이상 성인 1형 당뇨병 환자도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 웨일스에 거주하면 국가 지침에 따라 연속혈당측정기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임신 중이면 혈당 수치가 실시간으로 모바일에 자동으로 표시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제공이 필수다. 인슐린 펌프는 일반적인 성인 노력 수준으로도 당화혈색소 수치 조절이 어려울 경우 제한적으로 권장된다.


환자가 첨단 의료기기를 지원받고 싶어도 의료진이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환자는 단기적으로 기기 대여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거주지역 정책상 첨단 의료기기를 지원받지 못하면 의료진은 환자가 따로 개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 호주, NDSS로 서비스 일원화…연속혈당측정기 자부담액 월 3만원도 안 돼


호주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당뇨병 서비스 제도(NDSS)가 있다. NDSS를 이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지역사회의 약국이나 지역 당뇨 질환 관리기관을 통해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NDSS에 등록하면 혈당 측정기나 인슐린 펌프 소모품 등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주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포함하면 주사기와 주삿바늘(펜니들)은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다.


NDSS는 또 21세 미만과 임산부, 노인 등 연금수령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 전액보조금을 지급한다. 물론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시 상태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될 것 △가족이나 보호자가 연속혈당기를 사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 것 △가족이나 보호자가 연속혈당측정기를 포함 당뇨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을 것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액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경우에도 자부담 비용은 한 달에 32.5호주달러(약 2만8200원) 수준이다.


이밖에도 호주에서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위한 인슐린 펌프 보조금(최대 6400호주달러·약 556만원)과 간병인 수당(4주에 307호주달러·약 27만원), 저소득층 의료카드 등 추가 복지혜택을 중복으로 이용할 수 있다.


◇ 日, 소득 구간별로 보조금 차등 지급…자부담률 약 30%


일본에서는 1형 당뇨를 IDDM(인슐린의존당뇨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1형당뇨환우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 IDDM 네트워크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소아 만성 특정 질병 대책'에 따라 일정 소득 이하의 만 20세 미만 아동·청소년 환자만 매월 의료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소득별로 자기부담 상한액이 다른데 가구 소득 연 80만엔(약 714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자기부담 상한액이 월 1250엔(약 1만1000원), 연소득 200만엔(약 1785만원) 이하 가정에는 자기부담 상한액이 월 2500엔(약 2만2000원)인 식이다. 연소득 850만엔(약 7500만원) 이상인 중산층 가정의 경우 자기부담 상한액이 최대 월 1만5000엔(약 13만4000원)까지다. 대체로 자부담률은 약 30%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2022년 4월부터 '특별 아동 부양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특별 아동 부양 수당은 정신 또는 신체에 장애를 가진 20세 미만의 아동을 가정에서 양육하는 부모에게 지급되는 수당이다. 1형 당뇨병 아이가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 할 수 없어 보조가 필요한 경우 2급에 해당해 월 3만5760엔(약 32만원) 상당을 지급받는다.


다만 일본에서도 20세 이상의 1형 당뇨 환자에게는 따로 의료비 지원이 없어 의료계와 환자들의 요구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가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같은 기금을 통해 20세 이상 환자에게도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 복지부, 이달 말부터 1형 당뇨 지원 확대…혈당 관리 교육 '미비'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공단에서 만 19세 미만 1형 당뇨 환자들에게 당뇨 관리기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부터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소모성 재료에 대한 환자 부담률을 10%까지 낮추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환자가 먼저 전체 금액을 다 부담하고 구매한 다음 처방전과 영수증 등을 첨부해 건강보험공단에 접수해야만 정해진 부분만큼 환급받을 수 있다. 의료계와 환자들 사이에서 요양비가 아니라 요양급여로 지원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울러 해외 선진국처럼 1형 당뇨 환자들을 위한 혈당 관리 교육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슐린이 작용하는 시간이나 인슐린 종류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는지, 주사 교육부터 연속혈당측정기 등 사용법을 알려면 전문적인 용어도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영 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없이 환자들이 대충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저혈당과 고혈당을 계속 오가고 있다"며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주로 다니는데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교육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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