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대신 '늘봄'…예비 초1 학부모 83.6% "참여 원한다"

올해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 1학년에 한해 정규 수업이 끝나고 2시간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행된다. 학부모들은 그간 오후 1~2시에 학교가 끝나는 탓에 자녀를 태권도·미술학원 등으로 '뺑뺑이'를 돌려왔다.

여전히 전담 인력·공간 확보 문제가 남아있지만 늘봄학교가 양육에 허덕여온 맞벌이 학부모들에게 숨통을 터줄 육아 동반자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늘봄학교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1학기 2700여개 초등학교에서 초1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늘봄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2학기에는 늘봄학교가 6100여개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내년에는 2학년까지,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점차 대상이 늘어난다.

한 달 뒤부터 시행될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은 정규 수업 시간 이후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학교 적응기인 3월에는 1시10분부터 2시 40분까지 2교시에 걸쳐 프로그램을 듣는 방식이다. 4월부터는 3시30분까지 돌봄과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시간을 늘린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으로는 학부모 수요가 높은 예·체능, 사회·정서 프로그램 위주로 제공된다. 놀이음악, 놀이한글, 놀이체육, 방송댄스 등이다.

교육부는 점차 확대될 다른 학년의 늘봄학교 프로그램도 마련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과 협의해 예·체능과 AI·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부산에서는 동의대와 연계해 대학교수가 참여하는 펜싱, 드론, 챗GPT 교실을 운영한다. 경기에서는 경인교대와 연계해 해당 대학 재학생이 인근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준별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 교육부는 한국야구위원회, 대한축구협회 등 다양한 분야 단체·협회와 협약을 체결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원하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무는 '저녁늘봄'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저녁 식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정규 수업 시간 전 오전에도 '아침돌봄'을 활용해 미리 학교에 있을 수 있다.

올해 1학기부터 전국 2700여개 초등학교에서 시행될 '초1 맞춤형 늘봄학교 프로그램' 예시.(교육부 제공) 
올해 1학기부터 전국 2700여개 초등학교에서 시행될 '초1 맞춤형 늘봄학교 프로그램' 예시.(교육부 제공) 


정부가 늘봄학교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학부모의 높은 호응도가 꼽힌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초등학교 돌봄 선호 기관을 조사한 결과 다니던 초등학교에서의 돌봄을 선호한다는 답변 응답률은 81.4%에 달했다. 지역돌봄기관(16%)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또 교육부가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학생(약 34만명)의 학부모 중 1명에게 늘봄학교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5만2655명의 83.6%(4만4035명)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장 새 학기부터 늘봄학교 정책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담당 인력과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

교육부는 가장 큰 문제인 행정업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1학기에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2학기부터는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둬 지방공무원과 공무직으로 구성된 전담 인력을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탓에 지원자가 적고 특히 지방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라 필요한 인력을 모두 충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늘봄지원실장으로서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될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교육공무원)의 반발도 여전하다. 교육부는 2025년 중으로 총액 인건비를 늘리고 교육공무원을 증원할 것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교육공무원들은 인력 증원 계획 등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된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늘봄학교 운영 공간인 '늘봄교실'을 확보하는 것 또한 관건이다. 새학기부터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초등 1학년생들이 머물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 건물 내 유휴공간이 부족해 돌봄 프로그램에 맞는 공간을 다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늘봄학교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현재 1학기 우선 운영될 2700여개 학교들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같은 공간 확보가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도 변수로 남아있다. 늘봄교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과밀'로 운영돼 교육·돌봄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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