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 가는 청년 12만원 환급…의료쇼핑시 병원비 더 낸다

건강보험 2차 종합계획…필수의료에 더 많이 보상, 수가 대수술
내년부터 병·의원 외래횟수 모바일로 안내…적정 의료이용 유도
 
정부가 병의원이나 약국 등 의료이용이 적은 20~34세 청년 등에게 납부한 건강보험료 일부를 건강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간 누적 병의원 외래 이용 횟수 등을 분기마다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진료량보다는 의료의 질과 성과를 차등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가 대폭 확대된다. 그동안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를 발굴해 보상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대안적 지불제도가 건강보험 총 요양 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금(5.5%)보다 2배(11%)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운영을 위해 5년마다 마련되는데 핵심 내용은 △지불제도 개혁 △의료서비스 지원체계 개선 △의료 남용 차단과 보험재정 관리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과 의료 혁신 지원으로 압축된다.

13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학병원 외래진료 접수 창구. 2023.7.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13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학병원 외래진료 접수 창구. 2023.7.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행위별 수가제 손질…저평가된 필수의료 발굴해 수가 보상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 대가를 개별 의료행위별로 매겨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진료량이 일정하지 않거나 줄어드는 필수의료 분야는 충분한 보상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고 복지부는 이 행위별 수가제의 체질 개선과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에 나선다.

행위별 수가제는 병원, 의원 등의 협상으로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업무량과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업무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으나 저평가된 항목의 상대가치점수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한다.

복지부는 대안적 지불제도가 건강보험 총 요양 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금(5.5%)보다 2배(11%)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의료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완전히 수용하기 위해 의료기관끼리 협력하며, 소요된 비용을 지원하는 책임 의료조직 시범사업 등이 이뤄진다.

건강보험 재정에는 지불제도 개혁 모형 개발, 시범사업을 위한 '혁신 계정'을 두고 총 급여비의 2%인 2조원 가량을 투입한다. 앞으로 필수의료에 복지부는 △보상 강화 △공공정책 수가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 등으로 5년간 10조원 이상의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살거나 쉬려고 요양병원 가는 일 없게 '회복기 의료기관' 도입

3~4개월간 한 번도 병의원에 가지 않는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전년에 납부한 건보료의 10%를 연간 최대 12만원까지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사용할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뒤 전체 연령의 가입자로 확대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건강보험은 생애주기의 원리고, 세대 간 공유의 원리"라며 "건강한 생활을 하고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취지"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신체활동을 하거나, 스스로 혈압과 혈당을 측정해 관리할 때마다 포인트 같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강생활실천 지원금' 사업 대상자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이와 함께 살거나 쉬려고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없도록 일정 기간 재활·일상 회복이 필요하면 갈 수 있는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를 검토한다. 필요도가 낮은데 장기 입원한 환자 본인 부담을 강화하고 요양병원을 평가할 때 장기 입원 방지 노력을 했는지도 따져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나친 '의료쇼핑' 시 본인 부담 높인다…비급여 진료 정보 충분히 제공

국민 1인당 연간 병의원 외래 이용 횟수(15.7회·2021년 기준)가 OECD 평균의 3배(5.9회)에 달하는 만큼 분기별로 의료 이용량과 의료비 지출에 대해 카카오톡, 네이버 등을 통해 모바일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나치게 많이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예를 들면 1년에 365회 넘게 병의원 외래진료를 받는다면 본인부담률을 90%까지 높이고 물리치료를 하루에 한 의료기관에서 한 번 받았다면 그 이후로는 본인부담률이 올라가는 식이다.

기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재평가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의학적 효과나 경제성이 떨어지면 가격을 조정하거나 퇴출하는 기전을 확립한다. 반면 보건 안보와 의학적 유용성 관점에서 꼭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통해 보상 강화 기전을 마련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축소, 피부양자 제도 개선 등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형평성을 위한 '소득 중심 부과 체계 개편'은 계속 추진한다. 유튜버의 슈퍼챗, 아프리카TV BJ의 별풍선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방식도 함께 검토한다.

박민수 차관은 "유튜버 등 새로운 직업 형태가 많이 생기고 또 소득 발생 주기나 규모도 굉장히 불규칙으로 발생하는 직종들이 생긴다"면서 "매월 보험료 납부, 소득 파악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 이들한테 조금 더 맞는 행정 체계를 갖춰 나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비급여 진료 정보는 충분히 제공하고 항목별 권장가격을 제시한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 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급여·비급여 혼합진료가 금지되도록 하고, 재평가를 통해 비급여 진료도 퇴출 기전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와의 협력으로 실손보험 개선 체계를 구축한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이 법정 상한 8%를 목전에 둔 7.09%인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적정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는 한편,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감안한 국고 지원 방식과 적정 지원 규모 역시 논의와 재검토를 거쳐 법 개정에 나선다.

보험료 부담 가중 우려에 대해 박 차관은 "이번 계획에서 연평균 보험료 인상률을 1.49%로 가정했다. 재정 안정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면 계획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다"며 2028년까지는 법정 상한 보험료율인 8%를 넘기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꼭 필요한 의약품 등의 안정적 공급에 힘쓴 제약사에 약가 우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은 허가-평가-협상 병행 실시를 통해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을 330일에서 150일로 단축한다.

현재 치료법이 없는 질환의 치료 기회를 열어주거나 기존 치료법보다 현저히 효과가 우수한 혁신적 의료기술은 등재 기간 단축, 경제성 평가 완화, 가격 우대 등을 통해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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