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데 경북 후보가 계속 뽑아달래요"…또 찾아온 선거철 '불청객'

선거유세 문자·전화 불법 아니지만 개인정보 침해 신고 급증

아파트·길거리 주차된 차량서 전화번호 수집하기도


# 원모씨(25)는 지난달 9일과 25일 경북 한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에게서 지지 호소 문자를 받았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원씨 입장에서는 일반 광고 메시지와 다를 게 없었다. 그는 "단순히 전화를 끊고 말면 이번엔 문자가 와요. 귀찮더라도 일일이 차단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4·10 총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빗발치는 예비후보들의 지지 호소 전화와 문자에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거주지역과 전혀 관계 없는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우리 정치권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선거법상 120일 전부터 지역구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전화나 문자 유세가 가능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와 문자 빈도는 배가된다. 일부 유권자들은 '불청객이 따로 없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현행법상 선거운동 기간 후보들이 전화나 문자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거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수신 거부 의사표시 조치와 그 방법을 명시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된다.

특히 문자 메시지의 경우 편법이 통용되고 있다. 문자를 보낼 경우 20명 이하인 경우 횟수 제한이 없다. 이를 악용해 문자 발송 대행업체들은 19건씩 쪼개서 무차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전화번호를 입수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어 무분별하게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한다.

여론조사의 경우 이통통신사사업자로부터 가상번호로 바뀐 유권자 번호를 받아 이용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은밀하게 유통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 경기 지역 모 후보 선거 캠프에서 근무한 적 있는 A씨(27)는 "정치 신인 혹은 아직 예비후보 신분일 때는 후보들이 자기를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선거 유세 연락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후보마다 번호 수집 방법이 정말 다양한데, 아파트 주차장이나 밀집 지역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 적힌 번호를 모은다"며 "캠프 관계자가 자신의 동아리나 동호회 지인들 연락처를 넘겨주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1대 총선과 관련해 105건의 행정처분(과태료 1건·시정조치명령 104건)을 내린 바 있다. 개인정보 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전체 1만507건에 달했다.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선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 근거를 마련하고, 선거구민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수집하면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까지 무분별한 유세 연락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유권자 개인이 하나하나 손수 막는 것뿐이다. 유권자가 직접 자신의 번호를 어떻게 수집하게 됐는지 확인해 수신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스팸번호로 등록하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선거 홍보 연락이 '공해'라는 비판은 과거부터 반복된 문제"라며 "후보들이 최소한 본인 지역구가 아닌 곳까지 무작위로 연락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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