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원' 준 전범기업에 승소…94세 정신영 할머니 "일본은 사죄하라"

시민모임 "최종 책임자는 日정부…자숙하고 고개 숙여라"

나고야항공기제작소 강제동원 노역…법원 "1억원 지급"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정신영 할머니는(94) 18일 "일본은 이제라도 대한민국 소녀들에게 '고생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고 반드시 사죄의 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할머니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등 4명은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추가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


할머니는 재판 직후 "애기 때 일본에 뭣 모르고 갔다. 우리나라가 해방돼 (다시 돌아)왔지 안 그랬으면 못 왔을 것"이라며 "전쟁 때는 고난이고 배고프고 그랬지만 지금은 평화가 왔지 않냐. 할머니들을 고생시켰던 일본은 많이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나이가 95세나 되니까 다 잊어버리고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노인들이 다 돌아가시고 몇 분 안남았는데 보상도 일본에서 해줘야 한다. 일본은 이제라도 우리 대한민국 소녀들에게 '데려다가 고생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연금기구는 2022년 후생연금 탈퇴수당이라며 정 할머니에게 엔화로 99엔, 우리나라 돈으로 931원을 지급해 국민적인 공분을 산 바 있다.


할머니는 그 일에 대해서도 "그것이 돈이냐"며 "애기 과자 값도 아닌 돈을 통장에 보냈다. 나한테 사죄를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소송을 맡고있는 송우철 법무법인 해태 변호사는 "사건 소송이 2020년 1월에 제기가 됐는데 만 4년이 된 이후에서야 선고가 났다. 미쓰비시 측에 송달이 안되서 재판이 지연됐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할머님과 다른 유족분들 모두 고생많으셨다"며 "할머니 건강이 염려가 됐었는데 다행히 건강하셔서 판결 선물을 받으셔서 마음이 좋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승소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시민모임 측은 입장문을 통해 "소송의 피고는 미쓰비시중공업이지만 강제동원의 최종 책임자는 '일본 정부'"라면서 "오늘의 판결 앞에 일본 정부도 자숙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아직도 과거에 갇혀있는 일본은 한국 사법부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며 '국제법 위반' 타령이나 되풀이하고 있다"며 "국제인권법의 조류는 전쟁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지 일본 정부 태도처럼 인권 문제에 눈 감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일본이 진정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면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한국 사법부 판결을 따르도록 앞장서야 한다"며 "미쓰비시는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추가 강제집행을 당할 것인지 지체없이 한국사법부 명령을 따를 것인지 양단간에 결정하라"고 호소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는 이날 미쓰비시중공업에게 정신영 할머니와 다른 원고 1명에 각 1억원을, 원고 1명에 1억6666만원을, 나머지 원고 1명에 1818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생존자인 정신영 할머니는 1944년 나주대정국민학교를 졸업 후 같은해 5월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중학교도 보내준다"는 회사의 꾀임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


그는 1945년 10월 귀국할 때까지 전쟁통 속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강제노역에 종사했다. 임금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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