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중" 대통령실 "숙고"…이태원특별법 거부권 어쩌나

대통령실 "숙고" 여당 "여론 더 들어보고 판단"

강행 기류 있지만…총선 앞두고 여론 부담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두고 정부와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거부권 행사에 대해 공식적인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넘어오면 당과 관련 부처와 얘기해서 종합적으로 말할 것"이라며 "숙고하고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전날(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국민 여론을 조금 더 들어보고 의원들의 의견도 듣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입장은 앞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 통과 당시와 비교하면 다소 온도 차가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이 통과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도 당시 규탄대회를 열고 "즉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 묻는 말에는 "원내에서 여러 가지로 신중하게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와 여당 모두 이태원 참사 특별법 내용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이미 수사가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부적절하고, 특조위가 압수수색과 청문회 실시를 비롯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애초에 거부권 행사를 노리고 법안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서 거부권 강행 기류도 있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선에 미칠 영향은 부담이다. 159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인 만큼 이를 거부하는 모습이 국민들 시선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이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까지 행사할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59%를 기록했는데, 부정 평가 이유에서 '거부권 행사'가 상위권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당내에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정치력을 발휘해서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민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데 그 함정에 빠진 셈"이라고 했다.


다른 여당 의원도 "법안 자체는 문제가 많아 잘못된 법이 확실하다"면서도 "여당이 발의한 유가족 지원 법안을 빨리 추진해서 유가족 지원에 방점을 찍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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