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건보료 폐지 '필요한 조치'이긴 한데…재정고갈 대책은?

330만 세대 월평균 2만5000원 인하…최대 10만원 경감

저출산·고령화로 지출 늘어…올해도 1조4000억 적자 예상

 

다음 달부터 지역가입자 333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2만5000원씩 경감된다. 연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보니 건보 재정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정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건강보험 보험료 개선 방안 협의회'를 열고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 시 공제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차량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경우 부과하는 보험료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재산 건보료를 내는 지역가입자 333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평균 2만4000원 줄어든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9만6000세대가 자동차 건보료를 내고 있다. 세대당 월평균 2만9000원을 부담하는데 이게 사라진다.


이번 조치로 재산보험료를 내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353만 세대 중 94.3%(330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평균 2만5000원 경감된다. 최대 인하액은 월 10만원 수준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일정 비율로 보험료가 부과되는 정률제다. 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도 보험료가 붙는다. 실거주 주택이나 실사용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매기니 고령의 은퇴자 등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잇따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에 은퇴 노인 대상 건강보험료 인상,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과도한 보험료 문제 해법을 주문하면서 "국민이 호소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무조건, 즉시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보험료 수입은 연간 9831억원 줄게 된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91조6000억원)의 1.07% 규모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고 소득에만 부과하는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많은 대신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는 더욱 커지는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을 보면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올해 23조8701억원이지만, 2028년 5조500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건강보험 수입이 98조8000억원인 데 비해 지출은 100조2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적자 폭은 매년 커질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출이 급격히 늘 전망이다.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도 계속 늘고 있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출 효율화를 추진한다. 부과 형평성은 높이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이 조치로 인한) 재정변화 정도를 아직 추산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건강보험노동조합은 "이번 개선안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강화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며 "정부와 공단의 오랜 노력의 산물이었음에도 마치 당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보험료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식의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액 자산가에게도 해당되는 균등 감세안"이라며 "필요한 것은 기업과 부자들에게 제대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정부도 제대로 (국고를) 납부해 보장성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불공평한 부과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찔끔 개편에 그친 점은 아쉽다"며 "지역가입자를 차별하는 보험료 부과방식은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재산보험료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 축소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보장성 강화와 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등 건강보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구체적이며 지속 가능한 지출 효율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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