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아파트 잔금지급 거절…'부당→정당' 법원 판단 뒤바뀐 이유는

'세입자 갱신요구' 실거주 불가능 잔금 지급 거절…집주인 '계약 해지'

2심 "잔금 거절은 계약 해지 사유"→대법 "정당한 잔금 거절" 파기 환송


아파트 매매 계약 후 기존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연장해 매수인의 실거주 여부가 불투명해진 경우 잔금을 주지 않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기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월 B씨와 인천광역시의 한 아파트를 11억원에 사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4월 잔금 지급과 함께 아파트를 인도받기로 했다.

다만 해당 아파트에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은 특약을 통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12월6일을 실제 명도일로 정했다. 당시 임차인은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문제는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2년을 더 거주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만료 2~6개월 전에 계약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했다"면서 잔금 1억9000만원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B씨가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 2심 "매수인이 잔금 미지급, 계약 해지 적법"…1심 뒤집어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에 따라 세입자가 없는 상태로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A씨가 거주할 수 있는 상태로 아파트를 인도하는 것이 B씨의 의무"라면서 "임차인이 계약을 연장했다고 해도 B씨의 아파트 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잔금 1억9000만원을 지급함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B씨의 계약 해제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또 2심은 임대차 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은 B씨의 의무가 아니라면서 '의무 없는 일'을 조건으로 잔금을 주겠다고 한 A씨의 주장은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 대법 "정당한 잔금 거절, 계약 해지 부적법"…2심 파기환송

법원 판결이 번복되자 A씨는 대법원의 판단을 요구했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잔금을 주지 않은 것은 정당한 행동이라는 판단에서다.

민법 536조 2항은 계약 당사자가 선이행의무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하고 있다. '상대방의 계약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그 대표적인 예다.

또 상대방의 계약 이행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선의행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는 앞선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아파트 인도 계약 이행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A씨의 입장에선 잔금을 주지 않을 정당한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잔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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