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수사, '성과의 함정' 빠졌다"…경찰 내부서도 '술렁'

"마약 검사 음성인데 유흥업소 실장 진술 의존"…경찰 책임론 고개

"대중 이목 집중된 사건, 성과 압박"…인천경찰청 "적법 절차로 진행"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48)가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경찰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흥 업소 실장의 진술에 의존한 채 무리하게 수사를 감행했다는 것인데, 경찰 내부서도 '성과의 함정'에 빠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가 전날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남에 따라 인천 경찰청은 조만간 이씨의 마약 투약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강남 유흥 업소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로 지난 10월23일 불구속 입건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이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마약 간이 검사와 정밀 검사에서 잇따라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씨와 함께 투약했다"는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에 천착해 수사를 이어가면서 이씨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체로 "같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이 있으니, 의혹이 남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수사해야 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그래도 무리였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모 일선 경찰관은 "어찌 됐든 마약 검사에서 계속해서 음성을 받은 것 아닌가"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그간 잡은 수사 방향에 다시 생각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성과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혐의 입증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가수 지드래곤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했지만, 끝내 입증에 실패했다.

이 경찰관은 "수사의 방향이 빗나갔다면, 도로 수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버리면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하는 의식도 있을 것"이라면서 "비단 이번 사건이 아닌, 고질적인 병폐"라고 꼬집었다.

내사 중 언론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정보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공통으로 나온다.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것이다.

모 경찰관은 "최근의 투약 사실만 잡아낼 수 있는 마약 검사 특성상 음성이 곧 '무혐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그래도 수사 초기 단계에서 '공인'에 대한 정보가 흘러 나갔던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참여하고 진술을 영상 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며 경찰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을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23일 19시간에 걸친 3차 조사에 대해서도 "고인의 진술을 충분히 들어주는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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