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한마디에 우르르…"애널들 분석? 안 믿어요"

영향력 커진 핀플루언서…팬카페까지 등장하며 '팬덤화'

'매도의견' 제시한 연구원에 항의 전화 폭주·물리적 충돌 사태까지

 

올해 국내 증시는 2차전지 테마주를 중심으로 들썩였다. 2차전지 종목들이 급등하자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차전지주를 추천했던 '핀플루언서'(금융 분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투자자가 증시 전문가보다 핀플루언서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보내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불법 유사투자자문을 경계하란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핀플루언서는 박순혁 전 금양(001570) 홍보이사, 일명 '밧데리(배터리) 아저씨'다. 박 전 이사는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통해 '에코프로(086520)는 30배, 에코프로비엠(247540)은 10배 간다'는 주장을 해왔다.


박 전 이사가 추천했던 에코프로 주가는 연초 대비 크게 뛰었다. 10만원대였던 에코프로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64만7000원을 기록했다. 1년간 500% 넘게 폭등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현재 연초 대비 200% 넘게 급등했다.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오를수록 박 전 이사의 팬카페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회원들은 세를 더 견고하게 결집했다.


핀플루언서를 추종하면서 테마주에 올인하는 등 뇌동매매(쏠림현상에 따라 합리적 판단없이 매매거래를 하는 것)에 나서는 투자자도 늘었다. 동시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망을 내놓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때로는 부정적인 주가 전망을 제시하는 애널리스트에게 비판과 항의가 쏟아졌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했단 이유로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매도보고서 발간 이후 하나증권에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다수 접수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지모 회원들은 김 연구원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에코프로에 대해 작성한 최신 보고서에서 김 연구원이 목표가를 24% 넘게 하향했단 이유에서다. 박지모 회원들은 여의도 한복판에서 마주친 김 연구원을 향해 "매국노", "돈을 받은 거냐" 등의 비난을 쏟아내면서 김 연구원의 행로를 가로막았다.


전문가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애널리스트가 섣불리 매도의견을 내거나 실적을 낮춰 잡을 수 없는 갈등상황이 심화됐다.


강현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모아 만든 상장사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023년 대비해 2024년 5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반응을 신경 쓰느라 정직하지 못한 보고서를 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토로한 것이다. 강 연구원은 "양질의 애널리스트 의견이 제시되기 위해선 이를 수용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영향력을 이용해 불법 행위까지 저지르는 핀플루언서까지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조사에 나섰다.


지난 11월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영향력이 커진) 핀플루언서가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것을 기회로 삼고 불법적인 사익을 추구한다든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형태는 미꾸라지가 물 전체를 흐리는 시장 교란 행위"라며 "서민을 기만하고 약탈적인 (핀플루언서의 행위를) 두세 건 포착했고 신속히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테마주에 투자할 때) 유튜버나 블로거의 추천을 받거나 풍문을 듣고 통상 고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 사금융 영역에서 유사 자문을 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한 적발과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조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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