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으로 관계 개선 가능성 희박…한동훈 선명성 부각

중도외연 확장 필요한 시기에 지지층 결집 매몰 지적도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년 총선까지 국민의힘을 이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라고 할 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겨냥해 특권 세력,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전체주의라고 규정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민주당을 공격하자 민주당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지령을 전달할 대리인이고,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일 뿐"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장의 이런 고강도 비판 공세 배경에는 여야 관계를 재정립하기보다는 뚜렷한 대치 구도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처리 등을 두고 여야 관계는 간극을 좁힐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야당에 손을 내밀며 관계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을 특권 세력으로, 특히 이재명 대표와는 피고인 대 검사 구도로, 민주당의 주축인 586 운동권 세력에 대한 비판을 통해 국민의힘이 이를 대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 주목받기보다는 2인자 전략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대야 공격수 이미지를 지속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 향후 차기 대선 주자로서도 입지를 쌓으려 한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통화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 대신 2인자 전략을 구사하며 총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이란 건 사실상 전쟁이기 때문에 굳이 여야 관계가 좋게 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이런 초강수가 오히려 총선에서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 외연 확장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너무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여러 고민을 한 것 같다.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 하려는 방향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이는 당내에서 주도권을 잡을 때나 사용하는 게 맞다"며 "비대위원장으로 당 밖에 소구력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세대교체를 이야기를 하면서 민주당을 '나쁜놈'들이라고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국민의힘) 패턴을 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비대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중도층 외연 확장에 득이 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엄 소장은 "불출마 선언과 운동권 특권 정치 부각이 중도층에 어피할 수 있다고 본다. 40~50대의 경우 민주당 지지기반으로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중도층이 많은 20~30대 등 세분화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 내부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이라는 전쟁에서 돌격 앞으로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 시점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자리를 버리는 초연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전쟁터에서 혼자만 빠지는 느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