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논의 1년째…헛심만 쓰고 대안 못 찾아

[2023 결산-의료계] 필수의료 살리기 소모적 논쟁만 1년

의료인만의 정책 안돼…국민 체감·기대 감안해야

 

지난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소위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2023년 한 해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사고로 기억된다.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떠나는 이른바 '의료진 엑소더스'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환자·의사의 수도권 쏠림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료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 보상 확대' 등 정책을 냈어도 "의대증원도 시급하다"거나 "아니다. 늘려도 필수의료를 도맡을 리 없다.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찬반 논쟁만 확대되고 있다.


2024년에도 관련 논의는 이어질 예정이다. 의대 입학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복지부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미래 수요 등 국민 편의를 고려했을 때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국민도 의대증원으로 의사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건의료노조의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2.7%가, 한국소비자연맹의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8%가 의사 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각각 답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은 "정부가 '의사를 충분히 양산하면 남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가지 않겠느냐'는 다소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의대증원이 일방적으로 이뤄질 경우, 강경 투쟁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도 의대증원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도 있고 문제를 풀어가는 의협의 극단적 태도를 비판하는 쪽도 많다. 오랜기간 의대 신설 또는 열악한 지역의료 환경 개선을 호소해 온 이들은 의대 유치와 증원을 호소하는 정반대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수요조사를 통해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도 2025학년도 입시에 약 3000명(2151명~2847명) 증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 결과에 대한 서면·현장 점검을 통해 증원 타당성을 검토한 뒤 증원 규모를 확정지을 계혹이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환자를 구하려 최선을 다했는데도 발생한 의료사고를 의사가 감당하고 있으며, 고난도·고위험 분야 보상이 지나치게 적은 게 더 문제라고 주장한다.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올 수 있도록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완화와 보상 강화 등 유인책을 세워달라는 호소다.


'지역 필수의료 붕괴 경고'의 대안으로 '의대증원'이나 '인력 유인책'이 꾸준히 강조되는 데 대해 정책 전문가들은 "모두 대안"이라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1년간 소모적 논쟁만 벌였다. 이견을 좁히고 국민을 위한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이 체감할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료기관 간 협력네트워크 구축 등이 검토돼야 하는데 현재 복지부 정책은 지나치게 필수의료 분야 종사 의료인 중심"이라며 "일반 국민이 기대할 문제해결 방향과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교수는 "단번에 해결할 특효 정책은 없다. 거시적·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국민 관점에서 내일 당장 (누구나) 직면할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지역 의료기관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문제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1년간 정부와 의협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각자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거듭 소개만 하고, 사회적 협의를 이어가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양측이 사회적 에너지를 소진시켰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의대증원에 대한 찬반논쟁은 소모적일뿐더러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라면서 "정부도 언제까지 의협과 의대증원 논쟁만 할 일인지 고민하면서, 책임있는 대안을 빨리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인 적정 보상·근무 여건 개선 △환자 의료사고 피해구제 강화·의료인 의료사고 부담 완화 △국민의 적정 의료이용을 독려하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보건의료 개혁방안'까지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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