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정신건강 취약…특히 여성은 사회적 고립감 심해”

농촌진흥청-연세대 원주의대팀, 농업인 167만여명 등 분석

"여성 농업인 유병률, 거의 모든 질환에서 남성보다 높아"

 

농업인은 일반 비농업인보다 각종 사고로 다치는 등의 '질병이환 및 사망의 외인' 유병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농업인 사이에서 여성의 유병률이 거의 모든 질환에서 남성보다 높았다.


19일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에 따르면 강대용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팀과 농촌진흥청 등 연구팀은 농업인 167만9293명과 비농업인 361만9252명에 대한 2018~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수자료 분석 결과를 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농업인 질환 유병률을 통해 농업인의 주요 질환을 파악하고, 이들의 직업적 특성에 맞게 주요 질병 관리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제안하려 했다"면서 "농어업인으로서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는 대상자 중 농업인에 해당하는 자의 전수자료를 추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비농업인과 농업인의 유병률을 비교한 결과, 운수사고·낙상(추락) 같은 사고로 다치는 '질병이환 및 사망의 외인' 유병률이 각각 10만명당 222명, 361명으로 비농업인 대비 농업인에서 질병 유병률이 1.62배 더 높았다.


불확실한 병인(병의 원인)의 신종 질환을 의미하는 '특수목적 코드'와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결과에서도 농업인 유병률이 비농업인 대비 1.19배, 1.12배 높았으며 △정신 및 행동 장애 △신경계통의 질환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 질환에서도 농업인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농업인은 농기계·장비를 많이 사용하고 가축사육, 과수 작업 등의 작업을 할 때 시설 유지 보수작업이나 사다리 사용이 잦은 만큼 농기계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나 기계로 인한 손상, 낙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농작업을 할 때 목, 팔, 손목 등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비농업인과 비교했을 때 사고, 손상, 근골격계통 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면서 "사망률을 확인한 연구에서도 비농업인보다 근골격계나 손상,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른 농업인과 비농업인 연령표준화 유병률을 살펴본 연구팀은 "남성 농업인과 비농업인, 여성 농업인과 비농업인을 모두 비교했을 때 비농업인에 농업인에서 높게 나타났고, 농업인 내에서도 거의 모든 질환에서 여성 농업인의 질환 유병률이 높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직무 스트레스가 높아 정신건강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 농업인은 남성 농업인보다 농업의 인식과 사회적 지원망 부족 탓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건강 개선을 위해서는 성별에 따른 취약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이 농업인과 비농업인의 의료격차를 알기 위해 건강검진 수검률을 비교한 결과 2020년 기준 농업인의 일차 건강검진 수검률은 52.1%, 비농업인의 수검률은 69.5%로 17.4%p(포인트) 차이가 났다.


2015년 기준 농업인 수검률 60.6%, 비농업인 수검률이 73.4%로 12.8%p 차이났던 것에 비해 격차가 더 커졌다. 2020년 기준 남성 농업인 수검률이 51.8%, 비농업인이 70.6%로 나타났고 여성 농업인 수검률이 52.7%, 비농업인이 68.4% 등 성별로 비교해도 현저히 차이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반인 대비 농업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낮게 나타났고 2018년도 이후 지속적 감소세를 보였다. 농업인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의료서비스 접근에 대한 잠재적 장벽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농업인의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과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전체 농업인에 대한 특화 건강검진이 확대돼 농업인에게 맞는 주요 질병 관리 서비스가 마련되길 바란다. 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도입의 근거자료로써 활용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부터 여성 농업인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전국 18개 시군에서 만 51~70세인 여성 농업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데 농식품부는 이런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특수건강검진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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