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아들 버린 친모, 54년만에 나타나 집· 보험금 독차지…"구하라법 깨워라"

 국회에 잠들어 있는 '구하라법'을 깨우라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구하라법은 2019년 11월 가수 구하라씨가 세상을 등지자, 20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 재산을 요구, 국민의 공분이 일면서 발의됐다.


국회 입원 청원에 10만명이 넘게 동의한 가운데 2021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이른바 '구하라법'을 발의했다.


구하라법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도 2022년 6월 법무부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서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차이가 있다.


서 의원 법안은 △결격사유를 충족하면 부모의 상속 자격 자동 박탈, 법무부 안은 △ 양육 의무 위반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된 고(故) 김종안씨(당시 56세)의 누나 김종선씨(61)가 구하라법 통과를 외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김씨가 "국민들도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법을 3년째 왜 바꾸지 못하는거냐"고 정치권을 향해 분노한 건 어린 자식들을 버렸던 친모가 동생 실종 뒤 나타나 △동생의 사망보험금 △동생의 저축 △동생의 집까지 모두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1967년 2살짜리 김종안씨 등 어린 3남매를 놔두고 집을 떠났던 친모 A씨는 김종안씨 실종소식에 54년만에 나타나 '유일한 상속자는 나뿐이다'며 배타적 상속권리를 주장했다.


A씨가 큰소리친 건 민법 제1004조의 '상속 순위' 때문이다. 


상속순위는 ①배우자와 직계 비속(자녀 손자녀 등) ②배우자와 직계존속(부모 조부모등) ③형제자매의 순으로 돼 있다. 앞선 순위가 있으면 후순위에겐 상속이 돌아가지 않는다.


실종 당시 김종안씨는 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여성이 있었지만 '사실혼 관계'는 상속받을 권한이 없고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없어 ②순위인 A씨가 법적 상속인이 됐다.


누나 김종선씨 등은 ③순위여서 A씨가 유산을 분할해 주지 않는한 법적으론 한푼도 받을 수 없다.


54년간 자녀들을 버렸다가 거액의 보험금 소식에 나타난 A씨는 선박회사의 위로금 5000만원을 챙긴 뒤 김종안씨 명의의 집과 통장을 자신 명의로 바꿔놓았다.


이어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 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누나 김종선씨가 항소했지만 지난 8월 항소심인 부산고법2-1부(부장판사 김민기)도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살핀 끝에 A씨에게 "사망 보험금 중 40% 정도의 돈(1억여원)을 딸과 나누고 소송을 마무리 짓자"고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A씨가 '독식하겠다'며 거부, 결국 재판부는 법대로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종선씨는 "추운 바다에서 애타게 누나를 불렀을 동생을 생각해 끝까지 가겠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아울러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부모라면, 엄마라면,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A씨와 구하라 친모 등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 김종선씨는 "죽어도 법을 꼭 바꾸고 죽겠다. '구하라법'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노숙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국회, 법무부 등을 쫓아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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