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당일 '서울의 봄' 정선엽·김오랑, 광주·전남·경남서 추모행사

"그의 죽음은 '정의…우리 마음 속 영원히 살아있어"

유족 "관련자들 생각하고 싶지 않아…영화로 재조명되고 기억해줘 감사"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에서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정선엽 병장과 김오랑 중령의 추모행사가 12·12 당일 광주와 전남, 경남 김해에서 거행됐다.

광주 동신고 총동창회는 이날 오후 동신고 체육관과 정선엽 소나무 정원에서 정선엽 병장의 추모식을 열었다.

동문들은 그동안 고인을 추모하는 모임을 하거나 기념식수를 심었지만 추모식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신고 출신인 조오섭 국회의원과 안도걸 전 기재부 차관, 이노범 동신고 총동창회장, 정 병장의 동생 정규상씨 등 100여명이 참석해 그를 기렸다.

이노범 동신고 총동창회장은 "선배님은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로운 분이다. 우리가 선배님을 기억하고 후배들이 선배님의 정신을 잊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의에 결코 물러서지 않는 정신의 상징이고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다"고 추모했다.

한래진 동신고 교장은 "그의 죽음은 정의였다. 불의에 맞서 싸울 줄 아는 의로운 정의였고, 곧 조국 사랑이었다"며 "나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게 아닌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따뜻한 마음이었기에 독재와 혼란 앞에 두려움 없는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고 했다.

정 병장의 세살 터울 동생인 정규상씨는 12·12 장본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세상을 떴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그는 "군사반란 관련자들이 당당하게 살고 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며 최근 초등학교에서 영화 단체 관람을 하려다 정치편향 논란으로 취소된 것을 두고는 "하나의 역사 공부인데 그걸 못 하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답답한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정 씨는 영화로 인해 의롭게 죽은 형의 삶이 재조명돼 감사하다고도 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정 병장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도 '내 고장 영웅 정선엽 병장 추모행사'가 열렸다.

12일 오후 광주 동신고등학교에서 열린 1979년 12·12 사태 당시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잇는 지하벙커에서 초병 근무를 서다 전두환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 정선엽 병장의 추모식에서 동생인 정규상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12일 오후 광주 동신고등학교에서 열린 1979년 12·12 사태 당시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잇는 지하벙커에서 초병 근무를 서다 전두환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 정선엽 병장의 추모식에서 동생인 정규상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정선엽 병장은 1956년생으로 동신고를 졸업한 뒤 조선대 전자공학과에 77학번으로 입학했다.

이후 자원 입대해 서울 용산 국방부 헌병으로 복무하다 전역을 3개월 앞둔 1979년 12월13일 새벽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연결하는 지하벙커에서 초병 근무를 서다 전두환 반란군의 총탄에 맞고 숨졌다.

당시 정 병장은 '순직자'로 기록됐지만, 동신고 동문들이 대통령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넣으면서 지난해 12월 40여년 만에 '전사자'로 변경됐다.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측 신군부에 맞서 상관을 지키다 숨진 김오랑 중령의 추모식이 1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정동 삼성초등학교 옆 김 중령 흉상 앞에서 열리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측 신군부에 맞서 상관을 지키다 숨진 김오랑 중령의 추모식이 1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정동 삼성초등학교 옆 김 중령 흉상 앞에서 열리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군사반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불법체포하기 위해 사령부에 들어온 신군부에 저항하다 흉탄에 맞아 숨진 김오랑 중령의 추모행사도 경남 김해 삼정동의 고인 흉상 앞에서 진행됐다.

유족을 비롯해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민홍철·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가 한 마음으로 김 중령과 같은 참군인을 예우하는 게 국가가 진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중령의 조카 김영진씨(67)는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이런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삼촌을 기억해주고 계시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 중령은 사망 당시 34세, 계급은 소령이었다. 사후 10여년이 넘도록 추서되지 못하다 1990년에 이르러 중령으로, 2014년 4월 1일 특전사령부 연병장에서 보국훈장 삼일장이 추서됐다.

같은 해 6월6일에는 당시 김맹곤 전 김해시장, 김오랑중령추모사업추진위원회와 활천동주민자치위원회가 뜻을 모아 김해 삼정동 삼성초등학교와 삼정중학교 사이의 산책로 옆 잔디밭에 김 중령 흉상을 세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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