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쌓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학원·인턴 대신 '인플루언서'

외국어·봉사 '스펙' 폐지 기업 늘어…대학생들 '나만의 스펙' 만들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면서 취업까지 노려…부수입은 '덤'


"아르바이트·대외활동도 경쟁력이에요. 평범하게 할 수 없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홍모씨(23·여)는 1만5000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보유한 소위 '인플루언서'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외활동 계정을 만들어 매일 게시글을 올린다. 공모전 수상 내역, 학업 성취, 취업시장 정보 등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홍씨는 이제 문제집·필기구 등 협찬 광고까지 들어와 소소하게 아르바이트도 한다고 전했다. 처음엔 아무 스펙이 없어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스스로 스펙을 만들고자 SNS계정 운영을 시작했다고. 


"점점 유명해지다 보니 게시글 하나 올리는 데도 신경쓸 게 많고 돈도 들어요. 그래도 다른 협찬도 들어오고 수익도 얻으니까 취준 비용 부담도 덜고 스펙도 된다고 생각해요. 면접 때도 이런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 평범함은 거부한다…"내가 직접 취준 스펙 만들래요"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겨울방학을 앞둔 대학가에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방학을 이용해 외국어 학원을 등록하거나 해외경험을 쌓는 대신 자신만의 '스펙'을 만드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외국어 성적이나 봉사활동과 같은 스펙을 보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나 경력이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스펙 만들기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권모씨(24·여)는 OTT 콘텐츠 제작사 취업 과정에서 4년 동안 꾸준히 운영해 온 영화 리뷰 블로그 덕을 봤다. 그는 기존에 널리 알려진 대외활동이나 스펙용 아르바이트 대신 직접 자신만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권씨는 "블로그 통해 들어오는 영화시사회·전시 리뷰로 일부 수입도 생겼다"며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로 스펙을 쌓으며 동기부여와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색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학생도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곽모씨(25·여)는 방학마다 만화·애니메이션 코스튬 행사 안내요원으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선택한 일이다.  


곽씨는 "사람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직접 코스프레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언론사에 취직하고 싶은데 이 경험을 통해 활동적이고 유쾌한 성격을 드러낼 수 있고, 실제로 자기소개서에도 녹여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기왕이면 재밌게 타인과 소통하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려는 게 젊은 세대들의 특징"이라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활동도 간접 경험하며 서로 공감을 하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런 독특한 경험을 필요에 의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지, 유행인 것처럼 모방하고 부추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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