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고 있어도 좌회전 척척…"심야 자율주행버스, 계속 탈래요"

서울서 세계 최초 정기운행…합정~동대문 9.8㎞ 순환

당분간 무료…내년 상반기 유료화·청량리역까지 연장

 

"왼쪽으로 꺾는다!"


자율주행버스가 좌회전하자 창 밖을 유심히 보던 한 시민이 옆자리 친구를 향해 외쳤다. 자율주행 버스가 궁금해 탑승했다는 두 사람은 내릴 때까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버스 구석구석을 살폈다.


서울시는 4일 오후 11시30분부터 심야 자율주행 버스(노선번호: 심야 A21) 정기 운행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10분까지 합정역~동대문역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 9.8㎞를 순환한다.


1대는 합정역, 1대는 동대문역에서 오후 11시30분에 각각 출발해 70분 간격으로 순환 운행한다.


세계 첫 정기운행 자율주행 버스에 탑승한 시민 가운데는 정기운행 소식을 듣고 애써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씨(23)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게 될까 싶었는데 막상 타 보니 기사님도 있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편리한 것 같고 빨리 자율주행이 상용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버스에는 기사와 '오퍼레이터'가 항시 탑승한다. 아직 전면 무인 운행이 허용될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탓이다.


다만 이날 운전 기사가 자율주행에 개입하는 일은 없었다. 혹시 모를 돌발 변수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는 게 운전 기사의 주된 역할이었다. 시스템만으로는 아직 승하차 때 뒷문을 제때 개폐하는 부분이 부족해 이를 함께 살피는 것도 기사의 역할이다.


운전 기사는 버스가 자동으로 달린다는 사실을 환기하듯 이따금 두 손을 들어올려 흔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버스 자율주행 시스템 운영을 맡은 벤처 업체 '애스유앰' 관계자는 "시험 운행 때부터 하고 있는 퍼포먼스인데 탑승객들이 좋아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전자 옆 좌석에 앉은 오퍼레이터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두고 자율주행시스템이 감지한 교통 상황과 차량 주위 여건 등의 정보를 살핀다. 운전 기사와 마찬가지로 돌발 상황 때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와 논의하는 것 외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는다.


사람 개입 없이도 자율주행 버스는 순항했다. 간혹 정류소에 들어설 때 다소 급하게 정차하는 등 아직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일반 버스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퇴근길에 심야버스가 있어 탑승했다는 백모씨(30)는 "자율주행인지 모르고 타면 그냥 가끔 험하게 (운전하는) 버스구나 싶을 것 같다"며 "노선만 맞다면 앞으로도 거리낌 없이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애스유앰 관계자는 "출발 전 일일이 안전벨트를 확인하기에 시간이 좀 지연될까 걱정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최고 속도는 시속 50㎞ 아래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스의 구체적 노선은 합정역~홍대입구역~신촌역~아현역~서대문역~세종로(교)~종로1가~종로5가~동대문역(흥인지문)이다. 교통 여건에 따라 편도 50~70분이 소요된다.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하게 도로중앙에 위치한 총 40개(편도 20개소) 중앙정류소에서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다.


서울시는 안전한 운행을 위해 앞서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 총 59개소에 교통신호개방 인프라를 설치하고 시험운행을 거쳤다.


정류소에 설치된 버스정보안내단말기에 실시간 도착시간이 제공된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도 '심야 A21' 노선을 검색하면 실시간 위치와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일반 시내버스처럼 동일하게 교통카드 태그 후 탑승이 가능하며 당분간 무료로 운행한다. 환승할인도 연계된다.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으면 다른 버스·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환승할인 미적용에 따른 요금 부과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시는 안정화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내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존 심야버스 기본요금보다는 다소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전 좌석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야 차가 출발하며 입석은 금지다. 버스당 좌석은 21개다.


내년에 청량리역까지 운행구간을 연장한다. 운행 결과를 토대로 단거리 순환이 아닌 '시외곽~도심~시외곽'을 연결하는 장거리 운행 자율주행 버스를 정규 노선화해 24시간 운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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