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 입적' 자승스님 한 줌 재로…신도들 눈물 '배웅'

불자들 '나무아비타불' 애통…용주사서 다비식 '엄수'

'부처님 법 전합시다' 생전 전법 강조…사리 49재 기간 천불전 봉안


한국 불교계의 큰 어른 해봉당 자승대종사(69)가 3일(불기 2257년 음력 10월21일) 영면에 들었다.

3일 경기 화성시 소재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에서 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상월결사 회주 고(故) 자승 스님의 다비식이 엄수됐다.

자승스님의 법구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용주사에 도착했다. 자승스님은 용주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용주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승스님을 추모하기 위한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3000여명의 불자들은 자승스님 법구를 향해 일제히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슴 위로 자승스님이 생애에 걸쳐 강조해온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고 쓰인 검정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노제 의식은 용주사 도량을 한 바퀴 돌아 홍살문에 다다르며 시작했다. 경내에는 아미타부처에 귀의하다는 뜻의 '나무아미타불'이 울려퍼졌다.

3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열린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서 자승스님의 법구가 이운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12.3/뉴스1
3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열린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서 자승스님의 법구가 이운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12.3/뉴스1


노제 후 법구는 만장행렬을 지나 용주사 별도 부지에 마련된 연화대로 옮겨졌다. 연화대에는 '생사가 없다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 구나'라는 자승스님의 열반송이 적혀 있었다. 열반송은 고승들이 숨을 거두기 전 평생의 깨달음을 압축해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을 뜻한다.

조계종 원로 익산도후 대종사, 명예원로의원 수봉세민 대종사, 호계원장 보광스님 등 주요 인사가 거화를 준비했다. 오후 2시45분쯤 연화대에 법구가 올려지고 거화가 이뤄지자 불자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연화대는 서서히 불타올랐고, 자승스님은 한 줌 재로 돌아갔다. 일부 신도들은 눈물을 보이며 사바의 인연을 다한 자승스님을 배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이재준 수원시장, 권칠승·이원욱·안민석 국회의원,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등 정·관계 인사들도 자승스님의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다비식은 4일 오전 9시까지 이어진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의 사리를 수습해 용주사 천불전에 봉안하기로 했다. 아울러 49재 기간 동안 불자들이 애도할 수 있도록 공개할 방침이다. 이후 사리를 모실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49재는 5일 오전 10시 용주사(초재)를 시작으로 조계사(12일 2재), 봉선사(19일 3재), 대덕사(26일 4재), 봉은사(1월2일 5재),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1월9일 6재), 용주사(1월16일 7재)에서 거행된다.

자승스님의 영결식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거행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영결사에서 고인의 생전 업적을 추모하며 "자승 스님의 뜻과 의지를 오롯하게 이어받은 상원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타 잔해들만 남아있다.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는 안성경찰서,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날 오전 화재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3.11.3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30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타 잔해들만 남아있다.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는 안성경찰서,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날 오전 화재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3.11.3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자승 스님은 지난 11월29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장사 요사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요사채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지난 11월30일 브리핑을 통해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자화장'은 장작 더미에 올라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살라 다비를 진행함으로서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고인은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72년 10월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수계를 주는 승려)로 사미계(출가했지만 아직 스님이 되지 않은 남성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를, 1974년 4월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출가한 비구·비구니가 지켜야할 계율)를 수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기까지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규정국장, 10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대부분 거치며 종단의 대표적인 사판(행정승)으로 꼽혔다. 2009년 10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3년 재선에 성공해 2017년 두 번째 임기를 마쳤다.  

정부는 자승 스님이 한국불교 안정과 화합으로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이웃 종교와의 교류 협력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했다며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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