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무산에 국정 동력 '흔들'…대국민 사과에도 '후폭풍' 불가피

윤 대통령 "모든건 저의 부족" 자세 낮췄지만…'외교 성과' 자존심에 타격

'최대 텃밭' PK 민심 영향 촉각…거부권·쌍특검법·개각 동력 약화 우려도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실패로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저의 부족"이라고 사과를 했지만, 연말 국정동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도 부산의 민심을 살피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정오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범정부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며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담화는 예정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직접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굳은 표정으로 강단에 섰다. 10분간 이어진 담화에서 '부족'과 '책임'을 세 차례씩 강조했고,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균형 개발과 인프라 구축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는 당일 새벽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가 확정된지 10시간여 만에 나왔다. 야권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일자, 먼저 자세를 낮추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국면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 취임 후 최대 성과라고 자평했던 '외교'에서 자존심을 구긴 데다, 국민의힘의 '최대 텃밭'인 부산(PK)의 지역 숙원이 좌초돼 지지율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책임론'과 '외교무능론'을 거론하며 공세의 고삐를 좼다. 우원식 의원은 "상황 예측을 전혀 못 했다면 무능의 극치이고, 상황을 알면서도 결선진출이니 기대를 부풀렸다면 국민기망"이며 "외교의 내실은 없는 기네스북감 해외순방 자랑의 참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부산 민심도 고민거리다. PK는 국민의힘 34석이 달린 최대 표밭이지만,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TK)에 비해 저조한 지지율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엑스포 관련 호재가 있을 때마다 지지율이 급등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부산엑스포 릴레이 유치전을 치른 직후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월 23~23일)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55.3%로 다른 조사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게 나타난 바 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했던 지난 4월 한국갤럽 여론조사(4~6일)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부산 지지율이 40%를 기록해 전주(36%) 대비 4%p 상승하기도 했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모든 부처와 기업이 뛰어들어서 올인(All-in)을 하다 보니 판이 너무 커졌다. 그만큼 리스크도 높아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외교 성과가 현재의 지지율을 견인해 왔는데 치명상을 입게 됐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법(대장동·김건희 특검법), 대규모 개각 등 연말 정치적 이벤트에서도 정부·여당의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 소장은 "정부·여당이 '무능 프레임'에 걸리게 되면 연말연초 국면에서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주게 된다"며 "거부권이나 쌍특검법 저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추가 지지율 하락이 이어진다면 총선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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