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질환자, 한 차례 수술 실패 겪고 새 삶

삼성서울 다학제팀, 세계 첫 자궁 재이식 사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던 30대 여성이 국내 최초로 뇌사자의 자궁을 성공적으로 이식받고 임신까지 준비 중이다.

17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병원의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가 팀장을 맡은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을 가진 A씨(35)에게 자궁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으로, 한국에서 5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고 배란도 가능해 이론상 자궁 이식으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A씨는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면서 서울삼성병원을 방문해 한 차례 자궁을 이식을 받았지만 장기에 혈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수술 2주만에 떼어내야 했다.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1월 혈액형이 맞는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두 번째 이식 수술 후 A씨는 한 달여 만에 생애 첫 월경을 경험했고 현재까지 규칙적으로 생리하고 있는 것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식 후 2·4·6주, 4·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도 나타나지 않아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자궁 재이식시도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식 자궁이 자리를 잡은 만큼 자궁이식팀은 A씨의 임신을 유도하고 시험관 아기로 출산까지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 중이다.

박재범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이었다"면서 "첫 실패로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무사히 자궁이 안착돼 환자가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A씨의 자궁이식 성공 사례를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