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집중적으로 노렸다…그들이 전청조 타깃 된 이유는

대학생·프리랜서도 참석한 부업 세미나…직장인만 콕 집어 '대출' 권유

전문가 "가압류부터 걸어 재산 지켜야"…현재까지 피해액 약 26억원

 

"지금 월급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푼돈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고 싶은 마음에 세미나를 들었는데, 그동안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을 날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직장인 A씨는 지난 7월만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뻗친다. 넉넉지 않은 수입에 "부업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관련 세미나를 듣다가, 전청조씨(27)의 꾐에 넘어가 8000여만원을 건넸다. 그중 4000만원은 대출이다. 전씨가 긁은 800만원의 카드 대금도 갚아야 한다.


그는 이달 말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퇴직할 예정인데, 대출 이자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 A씨는 "전씨의 재산을 어서 몰수하고 피해자들한테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직장인' '대출' '신용카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전씨는 직장인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이들에게 동업이나 투자를 권유하며 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카드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곧바로 피해금을 돌려받긴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압류'부터 걸어 피해금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출 잘 나오는 '직장인' 노린 전청조…신용카드도 빌려가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청조씨는 지난 7월부터 9월 중 서울 모처에서 열린 온라인 부업 세미나에 '스페셜게스트'로 등장했다. 수익형 블로그 운영법을 알려주는 세미나로 전씨는 후반부에 자신을 '대기업 컨설턴트'로 소개하며 창업이나 자기계발 관련 질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씨는 강의 말미 "원래 1회에 수천만원을 받는데, 여기 수강생에겐 돈을 받지 않고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강의실 칠판에 적었다.


당시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씨는 자신의 번호로 연락해온 수강생 중 '직장인'을 집중적으로 골라냈다. A씨는 "전씨의 번호로 컨설팅 신청 문자를 보내니 이름과 직업, 나이, 부모님 직업도 물어봤다"고 말했다.


9월초 전씨를 강연에서 만나고 컨설팅을 신청한 B씨도 "당시 수강생 중엔 취준생이나 대학생이 대부분이었는데, 직장인이라고 밝히니 회사 이름부터 연봉, 부모님 직업까지 물어보더라"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9월말 강연에서 전씨를 만난 C씨는 "전씨가 강의 도중 '직장인 손 들어보라'며 현황 조사를 했다"며 "강의가 끝나니 '아까 손을 든 사람들은 기다려달라'고 해서 남았다"고 말했다.


이후 전씨의 레퍼토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할 텐데 동업하지 않겠나" "비상장기업이 있는데 함께 투자하지 않겠나"는 식이다.


전씨가 유독 '직장인'만 노린 이유는 뭘까. A씨는 전씨의 사기 의혹이 드러난 지난달 그 답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전씨가 미국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라면서 대출을 받도록 했다"며 "아무래도 직장이 있고 수입이 일정하면 대출이 더 잘 나오니, 그 부분을 노리고 직장인을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전씨로부터 사기를 당하거나 당할 뻔한 이들은 대체로 '대출' 권유를 받았다. 대출 중개 플랫폼에서 예상 금리와 한도를 조회하게 한 후, 대출을 받도록 하는 식이다. 지난 9월 강연을 들은 직장인 D씨는 전씨에게 8600만원을 건넸는데, 일부는 대출을 받아서 주기도 했다. 전씨는 또다른 직장인 E씨에게도 동업을 권유하며 1500만원의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전씨는 사기 피해자들에게 신용카드도 빌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급하게 투자금을 현금화해야 한다며 카드 번호를 알아갔는데, 숙박업체에서 200만원을 결제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급 가구와 화장품 600만원어치를 구매했더라"고 말했다. D씨도 전씨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가압류 걸고 민사 소송 진행해야"…몰수 적용 여부도 관건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씨 관련 사기 피해자는 20명, 피해 금액은 약 26억원이다. 추가 고소를 준비 중인 피해자가 있는 만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씨로부터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민사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에 앞서 '가압류'부터 걸어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우선 전씨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걸어 놓고 민사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가압류를 해놓으면 최소한 다른 곳에서 전씨의 재산을 가져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씨에게 남은 재산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씨는 최근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은 돈이나 모아둔 돈이 따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현희씨에게 전부 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 변호사는 "일부 언론을 보면 남씨가 '전씨에게 받은 선물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며 "사기 피해자들이 '전씨가 돌려받을 재산을 내가 대신 받겠다'며 남씨의 재산에 가압류를 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몰수'도 방법이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법) 제8조에 따르면 범죄 행위에 관계된 수익이나 재산은 몰수 대상이다. 만약 남씨가 전씨의 범죄를 사전에 인지했다면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