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올릴 수도 없고"…소주 출고가 인상에 자영업자 '냉가슴'

하이트진로 소주 출고가, 11월9일부터 6.95% ↑

소비자 "지금도 비싼데"…상인들 판매가 인상도 부담

 

"소주 출고가가 오른대요? 손님들 식사하면서 소주 한 잔씩 하시는 건데 값을 더 올릴 수도 없고…."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난달 31일 전해진 소줏값 인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주 출고가가 올랐다고 판매가를 따라 올리면 손님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가만히 두자니 경기불황으로 줄어든 수익이 더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소비자 체감 물가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상공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 등 소주 제품 출고가를 이달 9일부터 6.95% 인상한다. 인상 이유는 주정과 공병 등 원재료와 부자재 값 상승이다.


연초부터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 10.6%, 신병 가격 21.6% 등 큰 폭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으나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


사측은 원재료값 상승을 더 이상 견딜 여력이 없어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직접 주류를 판매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광진씨(52)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현재 공병값을 제하고 병당 1500원가량에 소주를 들여오고 있다는 이씨는 "손님들은 현재 5000원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1000원을 더 올리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낙지 전문점 업주는 "소줏값이 올라도 상인들은 남는 게 없다"며 "체감상 100만원을 팔면 20만원 정도 남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식당들은 소줏값에 부가세를 따로 받지 못하는데 이런 점이라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식탁 위에 오르는 소줏값이 인상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표했다. 직장인 양태욱씨(29)는 "소줏값이 4000원에서 1000원 오른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외식이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며 "이젠 만원짜리 한 장으로 소주 두 병도 못 마시게 됐다"고 푸념했다.


대학생 문진우씨(27)도 "식당에서 소주가 2500원일 때부터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2배가 올라 5000원"이라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과장을 더해 값이 더 오르면 차라리 양주를 마시겠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이트진로는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주류 취급 거래처에 가격 인상 시점까지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인상 전 가격으로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가격 인상 시점부터 연말까지 판매한 참이슬과 진로 1병당 30원을 적립해 요식업소 자녀 대상 장학사업, 거래처 필요 물품 지원 등 환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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