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시라" 독설에도 손 내민 윤 대통령…'쇄신 주도권' 움켜쥘까

연설문서 '문 정부 비판' 직접 지우고…야당 의원에 다가가 악수

'대사면' 띄우고 광주 찾은 혁신위…'당정 투트랙 쇄신' 기대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야(對野) 자세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지적하는 문구를 연설문 초안에서 모두 뺐고, "그만두셔야죠"라고 쏘아붙인 야당 의원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확실한 기조 변화'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31일 대통령실과 여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기 전, 연설문 초안에 적혀 있었던 전임 문재인 정부 관련 언급이나 비판 문구를 직접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애초 준비했던 '시정연설문 초안'에는 문재인 정부의 방만 재정과 카르텔 관행, 부적절한 세금 착취 등 전임 정부의 폐해와, 이를 정상화한 현 정부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문구가 상당 부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초안을 읽은 후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펜을 들고 문재인 정부 관련 비판 문구를 전부 덜어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 국민 세금의 부적절한 착취 등이 문구로 들어갔었지만 윤 대통령이 해당 문구를 직접 지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27분에 걸쳐 읽어내린 A4 22장 분량의 시정연설문에는 '문재인 정부'나 '과거 정부'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덜어낸 공백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지원과 청년들에 대한 내용을 대폭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연설 모두에서 각 정당 대표들을 언급할 때 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먼저 호명한 점, 연설을 마친 후에는 야당 의석을 돌며 먼저 악수를 청한 점도 눈에 띈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쏘아 붙지만, 윤 대통령은 웃어넘겼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은 늘 옳다', '남 탓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했다"며 "그 진정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에 악수를 건넨 것에 대해선 "작년(시정연설)부터 보여드리려고 했던 의회 존중의 자세였지만,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으로) 기회가 차단됐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면서 '변화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을 비롯한 여야 대표와 사전 환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표는 특별한 대답 없이 악수만 했다.


두 사람이 환담 형식으로 대좌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말을 건넸지만 이 대표가 묵묵부답한 점,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후 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소극적으로 반응한 점 등을 언급하며 "야당보다 대통령이 먼저 소통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태도 변화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도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필두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당정 투트랙 쇄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혁신위의 최근 행보에 대해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인요환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이어 지난 30일 첫 지역 행보로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추모탑을 참배·헌화하고 5초가량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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