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윤 대통령…문 정부 비판 지우고, 국회서 자세 낮췄다

시정연설 초안서 전 정부 비판 직접 삭제…"우리가 잘 해야"

이재명 먼저 언급, 악수도…오찬 자리에선 "좋은 기회 감사"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기 전, 연설문 초안에 담겨 있었던 문재인 정부 관련 비판 문구를 직접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다수 참석한 오찬에서 "참모들에게 여러분들의 말씀을 다 받아 적도록 했다"며 자세를 한껏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대통령실과 여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참모들이 애초 준비했던 '시정연설문 초안'에는 문재인 정부의 방만 재정과 카르텔 관행, 부적절한 세금 착취 등 전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현 정부 들어 정상화된 점을 차별화하는 문구가 상당 부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초안을 읽은 후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직접 펜을 들고 문재인 정부 관련 언급과 비판 문구를 전부 덜어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 국민 세금의 부적절한 착취 등이 문구로 들어갔었지만 윤 대통령이 해당 문구를 직접 지우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27분에 걸쳐 읽어내린 A4 22장 분량의 시정연설문에는 '문재인 정부'나 '과거 정부'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덜어낸 공백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지원과 청년들에 대한 내용을 대폭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연설 모두에서 각 정당 대표들을 언급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순으로 호명하고, 연설을 마친 후에는 야당 의석으로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한 점도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 악수하는 과정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제 그만두시라"라고 쏘아붙지만, 윤 대통령은 웃어넘겼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앞만 보면서 악수를 안 하려는 야당 의원들에게는 두 번 악수를 더 청했다"며 "의회를 존중하고 자세를 낮춘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여야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단 오찬을 마친 뒤에는 "좋은 말씀을 경청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우리 참모들이 여러분들의 말씀을 받아 적도록 했다. 소중한 의견을 정책에 잘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오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청와대 상춘재로 국회의장단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을 때 김진표 국회의장과 약속했던 자리가 성사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당시 김 의장은 "새로 선출될 상임위원장단을 대통령께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제가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이날 오찬에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백혜련 정무위원장,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등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다수 배석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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