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107조 오일머니' 잡았다…중동 2.0 세일즈 '잭팟'

사우디 156억불·카타르 46억불 계약 수주…'제2 중동붐' 발판

'K-방산'도 세일즈…빈 살만 "사우디서 만든 현대전기차 타자"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통해 202억 달러 규모의 수출·수주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로부터 유치한 290억 달러,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가 약속한 300억 달러를 합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 792억 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오일머니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윤 대통령은 '중동 빅3'인 사우디·카타르·UAE와의 협력을 기존 원유·건설 위주에서 청정에너지·디지털·스마트팜·문화 등 전방위로 확대하는 '중동 2.0시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중동 시장에선 미진했던 '방산 협력'도 물꼬를 트면서 미래 성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 156억불·카타르 46억불 수주…'중동 2.0' 발판 마련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4박6일 간 사우디·카타르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기로 한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한-카타르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포스트 오일시대'를 맞아 석유·건설 중심이었던 두 중동 국가와의 전통적 협력 범위를 교역·산업, 건설·인프라, 국방·방산·대테러, 에너지·기후변화, 문화·관광, 국제 안보 등으로 대폭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한-사우디 공동성명'은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에 나왔다.

가시적인 성과는 37조원 규모의 '오일머니'를 챙긴 것이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 계기로 양국 정부·기업에서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수출 수주 계약 및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카타르 국빈 방문에서는 46억 달러(약 6조2000억원) 상당의 신규 MOU 12건이 맺어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지난해 11월 방한을 계기로 유치한 290억 달러, 올해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으로 약속받은 300억 달러까지 합치면 윤석열 정부 들어 중동에서만 792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낸 셈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중동 빅3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과의 '협력 틀'도 새 전기를 맞았다. 단순한 공급국-수입국 공식을 깨고 상호호혜적 '핵심 파트너'로 탈바꿈했다.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CKD(반조립제품)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4억 달러), HD현대중공업과 카타르에너지의 천연액화가스(LNG)운반선 17척 건조 계약(39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최상목 수석은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가 전기차와 배를 같이 만들며 새로운 산업 지도를 함께 그리는 협력은 과거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모습으로 놀라운 변화이고, 괄목할 만한 성과"라며 "중동 2.0으로의 전환은 한-중동 공동번영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하 알 비다 공원에서 열린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에 참석해 방문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0.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하 알 비다 공원에서 열린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에 참석해 방문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0.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규모 방산 협력 막바지 논의"…중동, K방산 '큰손' 되나

K-방산의 대(對)중동 수출도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물꼬가 터졌다. 윤 대통령은 23일 리야드 영빈관에서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부 장관을 접견했는데, 칼리드 장관은 "한국과 차세대 방산 협력을 희망한다"며 기술 협력과 공동 생산까지 함께하는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글로벌 무기시장 '큰손'으로 통하는 사우디와 대공방어체계와 화력무기 분야에서의 방산 협력을 막바지 단계에서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무기체계와 액수는 대외비이지만, 인접국인 UAE가 지난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궁Ⅱ)를 사들이기로 한 계약(35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디는 최근 국방 부문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각국의 재무장 기조에 더해 유가 상승을 바탕으로 한 중동 국가들의 경제 회복, 중동 지역에서 지속되는 각종 내전·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방위사업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방어체계,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타밈 국왕과도 정상회담을 통해 '방산 군수 협력 MOU'를 맺고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사우디와 비교하면 첫발을 뗀 단계이지만, 카타르는 국민 1인당 국방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국가인 만큼 방산 협력에 따른 잠재적 성과가 막대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리야드 영빈관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환담을 진행한 후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0.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리야드 영빈관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환담을 진행한 후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0.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빈 살만도 반한 1호 영업사원…"사우디서 만든 현대차 타자"

이번 중동 성과의 배경에는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빈 일정마다 '신뢰' '혁신' '연대' 세 가지 키워드로 한국이 중동의 국가 발전에 '최적 파트너'라는 점을 역설했다.

사우디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세계적인 원유 부국(富國)이지만 탄소 에너지 고갈에 따른 차세대 먹거리 산업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50년 전 세계 최빈국에서 단기간에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성장 경험과 기술력이 최고의 '롤모델'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사우디가 손을 잡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네옴 등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세일즈 코리아'는 빈 살만 왕세자의 파격적인 '깜짝 방문'으로 결실을 맺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순방 마지막 날이었던 24일 대통령 숙소인 영빈관을 불쑥 찾아와 윤 대통령과 23분간 단독 환담을 가졌다. 이날 환담은 예정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환담을 마친 뒤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 조수석에 올라 다음 일정인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이동하며 15분간 더 대화를 나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행사장에 동반 입장했고, 자리에 앉아 윤 대통령의 연설과 대담을 끝까지 지켜봤다.

빈 살만 왕세자는 운전 도중 "대통령님, 다음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단둘이 나눈 대화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라며 "신뢰를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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