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건물에 뿌려진 '마약 광고'…출입 보안 구멍 '숭숭'

"지하철역처럼 아무나 학교 드나들 수 있어 불안"

"출입 통제 시스템 갖춰지면 좋겠다" 한목소리

 

최근 대학 캠퍼스 건물 내부에 마약 광고물을 배포한 남성이 붙잡히면서 허술한 출입 보안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가 있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건국대 건물 내부 지하주차장, 홍익대 미술대학 건물에 명함형 마약 광고지를 배포한 뒤 사기 범행을 시도한 40대 남성 A씨를 23일 오후 긴급체포했다.


해당 광고물에는 영어로 "영감이 필요한가? 당신을 위한 획기적 제품. 완전히 합법적"이라며 환각 효과를 설명하는 문구와 함께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마약 광고물이 대학 캠퍼스 일대에 무작위로 뿌려진 게 아니고 건물 안에서 발견되자 외부인 출입에 대한 불안감에 대학가는 술렁이고 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안전과 민원인 통제 등을 이유로 외부인 출입 시 허가증을 받고 출입하도록 시·도교육청에서 방침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선 정문 출입문 개·폐 규정 외엔 보안 지침이 미비해 아무나 학교를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다.


마약 홍보 광고지가 발견된 홍익대 미대 건물과 조형관에도 외부인들이 실기실 이외 공간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전날 서울 마포구 홍익대 교정에서 만난 4학년 김모씨(23)는 "마약 카드가 뿌려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외부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에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며 "밤 늦게 다니는 학생도 많으니 보안장치를 점검하고 경비원도 늘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밤 늦게까지 '야작'(야간 작업)에 몰두하는 미술·예술 전공 학생들은 "부실한 출입 관리 때문에 불안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B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한 이모씨(29)는 "자정이 넘으면 건물 정문을 잠그긴 하지만 쪽문이 열려있고, 출입 통제 장치도 따로 없어서 야간 작업을 할 때 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만 나도 학생들이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은 중앙도서관 건물만 제외하면 지하철역처럼 아무나 올 수 있는 건물로 방치돼 있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출입 통제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불법촬영 등 범죄 우려로 보안에 비교적 민감한 여자대학에는 일부 건물에 '스피드게이트'(출입증을 찍어야 건물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출입 통제 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없는 건물이 더 많아 학생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서울 소재 C여대에 재학 중인 D씨는 스피드게이트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에서 지난 19일 한 외부인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D씨는 "덩치가 큰 남성이 '여대에는 무슨 남자화장실이 없냐'고 소리를 지르며 학우들이 사용하고 있던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며 "정말 화장실이 급해서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외부인이 이렇게 자유롭게 화장실까지 드나들 수 있다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허술한 출입 보안은 대학가의 해묵은 문제이지만 교육당국의 관리 방침이 없어 출입 보안 강화는 사실상 각 대학 의지에 달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입 보안에는 교육부에서 관여하지 않고 개별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 지침을 둬서 하고 있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 대학들은 주로 CCTV를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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