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강행 움직임에 정국 아슬아슬…여야 신사협정 무색

민주 11월9일 본회의서 노란봉투법·방송법 처리 방침

국힘 필리버스터로 맞설 경우 예산 심사 일정도 차질

 

여야가 국회 회의장 안 손피켓 사용과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당장 합의 후 첫 본회의부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9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상정해 처리하기로 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설 방침을 밝히면서다.  


빅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최고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11월9일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가 예정돼 있는 날"이라고 밝혔다. 전날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법안 처리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두 안건 모두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지만 김 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상정을 미뤄온 법안이다. 김 의장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다음달 9일 본회의에 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의장실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6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변경동의를 통해 두 법안을 올리자,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국회는 국회가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준비하고 있다. "본회의 직회부로 상임위 심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은 26일 헌재 결과를 지켜본 뒤 청구가 기각돼 본회의에 두 안건이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할 방침이다. 


아직 당 지도부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위원들은 법안 내용의 부당성 등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필리버스터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제도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 시 필리버스터 종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필리버스터 시작 시간으로부터 24시간 뒤 이뤄지는 종료 표결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강제 종료된다.


이 경우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11월 초 예산 심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 일정을 논의했지만, 기한을 며칠로 정할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다음달 6~9일에 열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9일 본회의로 인해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령 예산 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여야 간 극한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무에 복귀해 일성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책위와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예산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히 올해 예산이 5조원 이상 삭감된 연구개발(R&D) 분야 증액을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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