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늦어진다" 한미 공통 외침…"1% 저금리 기대 마"

한은 총재 이어 美 연준 의장도 물가 불확실성 강조

내년 3월까지 금리 인하 기대 '전멸'…고금리 지속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지표는 물가가 목표를 향해 안정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 기초 단계일 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한국시간 20일)


"지난 8월에는 내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그 하락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 19일)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 모두에서 앞으로의 물가 안정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득세하고 있다. 자연스레 정책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위축됐다.


내년 3월까지 정책금리 인하 기대는 시장에서 거의 전멸했으며, 저금리 회귀를 고대하는 이들을 향한 중앙은행의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수년간 이어진 1~2%대 기준금리는 결코 금방 찾아오지 못한다는 경고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세간의 저금리 회귀 기대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이 총재는 "다시 예전처럼 1%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져서 금융 비용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라면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볼 때에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집을 샀을 때의 금융 부담이 금방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 총재가 언급한 '예전'이란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지속됐던 0~1%대 저금리 시절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고 쭉 2~3%대였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5년 3월 1%대로 낮아져 2020년 초까지 1%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확산 직후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고 이후 긴축이 본격화한 2021년 말까지는 초유의 0%대 기준금리를 운용했다.


그 뒤 빠른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이미 1%대로 올라섰으며, 같은 해 7월과 10월에는 각각 2%, 3% 선을 뚫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파른 인상이었다.


물론 올해 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페달에서 발을 뗐지만 그렇다고 브레이크를 밟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의 인상과 인하 양방향 조정 여지를 모두 열어놓자고 주장했으나 나머지 5명이 전부 추가 인상 가능성만 열어둘 것을 주장해 현 금통위의 자세는 '매파'(인상 선호) 쪽으로 기운 상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한은의 스탠스는 미 통화정책 기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유는 대부분이 '물가'다. 양국의 물가 상승률은 각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안정 목표인 2%를 한참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 이·팔 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등 각종 돌발 요인으로 인해 2%에 다다를 예상 시점이 점차 지연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새벽 현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물가 상승률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다시 한 번 시사한 것이다.


이에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격인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 선을 돌파했다.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과 별개로 현 고금리가 더욱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렸다는 의미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현 5.25~5.50%보다 0.25%p 낮출 확률을 내년 3월에야 1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5~6월에는 정책금리가 5.00~5.25%일 확률이 30% 수준으로 오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대동소이하게 내년 3월까지 증발됐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 이르면 내년 2분기를 지목하고 있다. 나머지는 비슷한 비중으로 내년 하반기를 예측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내후년 전망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결국은 금리를 내린다 해도, 연내 인하 폭이 0.5%p를 초과해 기준금리가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 총재가 "금융 비용이 금방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거듭 주의를 준 배경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의 이연을 전망한다"면서 "빨라야 내년 3분기 정도"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유가 발 물가 전망 상향을 제외하고서라도 전기요금 인상,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식료품 가격 상승 등 국내 물가 상방 요인이 많다"며 "애초에 올해 물가가 기조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많은 가정의 출발이었기에 시장과 중앙은행은 물가 상방 요인에 좀 더 민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연준처럼 'Higher for Longer'(고금리 장기화) 스탠스로 기준금리를 당분간,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