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정율성 기념사업, '상식의 눈'으로 본다면 중단해야"

"진보·보수 문제 아냐… 광주시민들도 '반대' 많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 등에서 추진 중인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鄭律成·정뤼청·1914?~1975) 기념사업들이 조속히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장관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 정율성 기념사업 논란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광주시민들조차 반대 여론이 훨씬 많다"며 "'상식의 눈'을 갖고 본다면 조만간 (사업) 중단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지난 11일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을 상대로 정율성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과 더불어 기존에 설치·운영해온 흉상 등 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보훈부가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관련해 시정을 권고한 건 지난 6월 '부(部) 승격'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시엔 그간 '정율성로(路)'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을 조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 등을 전시해놓고 있다. 광주시는 이외에도 현재 '정율성 역사공원' 및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화순군엔 '정율성 고향집'(전시관)이 운영되고 있고,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도 정율성 흉상·벽화 등 그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 광주시 등의 자율적 조치를 기대했으나, 그러지 않아 '지방자치법' 제184조에 따른 시정공고 공문을 보냈다"며 "다른 부서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보훈부에 이어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도 12일 광주시와 광주시 남구에 '정율성로' 도로명 변경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정율성로는 행안부가 시정을 요구한 만큼 주민 동의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직권으로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


박 장관은 "광주·전남 지역에 일정 부분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율성 기념 사업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화순에선 지역 방송사 주관 '정율성 동요제'가 취소됐고, 능주초교에선 기념교실이 폐쇄됐다.


능주초교의 정율성 흉상·벽화에 대해서도 학부모 등이 주축이 돼 화순군에 철거를 요청, 그 철거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 측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서 위법 사항이 없다"며 보훈부의 관련 권고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율성(본명 정부은)은 일제강점기 광주 출신 음악가로서 1933년 중국에 건너가 항일 무장투쟁단체 '의열단'에 가입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1939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뒤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고, 1945년 광복 뒤엔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만들었다.


정율성은 특히 6·25전쟁 땐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하고, 1956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 공산당은 정율성의 공적을 기려 200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신(新)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그를 포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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