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는 수두룩, 주가는 후드득"…고유가·고환율에 발목 잡힌 항공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연저점 경신…LCC도 하락세

 

여름 휴가철 등이 낀 성수기를 맞아 항공사들은 호실적을 예상하지만, 주가 흐름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고유가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대한항공(003490)은 전 거래일 대비 150원(0.71%) 내린 2만1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부터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박스권에서 머물던 주가는 지난 7월20일 연고점(2만6400원)을 경신하며 상승하는 듯 보였으나 지난 4일 2만1000원까지 내려가면서 연저점을 새로 썼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그보다 이전인 1월19일 1만5750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지난 6일 9990원으로 연저점을 새로 썼다. 9900원은 수정주가 적용 기준으로 볼 때 2003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저가이기도 하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제주항공(089590), 에어부산(298690) 등도 연초부터 하락세를 타면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처럼 항공사들의 주가가 하락세인 이유는 이익 훼손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항공주는 리오프닝 수혜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국제선 여객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항공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항공사들은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7~8월 누적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9% 늘어난 1309만여명을 기록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81%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주가의 향방은 달랐다. 고유가, 고환율이 이어진 데다가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이익 전망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항공사는 환율, 유가 등 매크로 변수에 민감하다. 실제 지난 4일 달러·원 환율은 1363.5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했으며, 국제유가는 9월 들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 화물 물동량 감소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해외여행 수요가 좋지만 결국 경기 사이클을 따라 둔화되든지 아니면 공급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이 하락하든지, 또는 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꺾일 것이란 피크아웃 우려가 계속해서 따라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항공산업의 경우 팬데믹 기간에는 물류대란 수혜, 엔데믹 직후에는 리오프닝 수혜를 모두 경험하면서 역대급 이익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너무 높아진 눈높이 때문에 평가절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항공산업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지만, 고유가 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이 있을 수 있다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임(yield)은 성수기를 맞아 소폭 반등하고, 장거리 노선 환승 수요 강세와 당초 예상보다 더딘 운항 회복세로 인해 2019년 대비 30% 이상 높은 운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화물 부문 물동량 감소세는 완화되고 있고, 글로벌 평균 항공 화물 운임은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2019년 동기 대비 29%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피크아웃이라고 하기엔 해외여행 가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악재는 주가에 충분히 선반영됐고, 지금은 유가의 피크아웃을 노리고 항공주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고유가가 길어질수록 인플레이션 부담도 커질텐데,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치외교적 대응책이 나오거나 아니면 결국 경기가 악화되거나 어느 쪽이든 유가의 추세적인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며 "유가가 피크일 때 항공주 주가는 저점으로, 예전부터 항공주 투자는 악재의 끝자락에서 주가의 바닥을 잡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한 접근법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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