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줏값 인상 포문 연 오비맥주…소줏값 조정 이어지나 '촉각'

원부자재 가격 탓…오비맥주 출고가 평균 6.9% ↑

소주업계, 정부 눈치만…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도


가격을 동결했던 주류업계에서 맥줏값 조정 포문을 연 오비맥주의 행보가 '서민술' 소주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소주의 경우 맥주보다 가격 인상 요인이 많은 만큼 연내 혹은 늦어도 내년 초 출고가 인상에 무게감이 실린다.

주류업계는 원부자재값 인상에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그동안 가격 인상을 억제해 온 만큼 평년보다 인상폭이 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오비맥주는 이달 11일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유지한다.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으로 제품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 위주의 산업 특성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용압박이 계속 증가해왔지만 전반적인 물가불안 상황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를 포함해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음료(005300) 등 주류 업체들은 4월 맥주 종량세 인상에 맞춰 출고가 인상을 검토했다. 하지만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정부의 요청에 가격 인상을 보류했다.

원부자재값 인상과 함께 맥주에 붙는 세금은 L당 885.7원으로 전년 대비 30.5원 상승했다. 세금 체계가 물가와 연동하면서 지난해 인상분(20.8원)보다 확대했다.

타격은 기업이 고스란히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0%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 2023.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 2023.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일각에선 맥주 출고가 인상이 소주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소주 생산 원가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병과 병뚜껑 가격 인상에 더해 올해에는 소주 원료의 주정 가격까지 2년 연속 올랐다.

국내 10개 주정 제조회사의 주정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대한주정판매는 4월 소주의 원료인 주정(精髓)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소주업계는 2012년, 2008년, 2022년 주정 가격이 인상된 이후 1~2달 간격을 두고 가격을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소주 시장 점유율 1, 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당분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당장의 가격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계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백기를 들고 도미노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은 차고 넘친다"며 "올초부터 가격 동결을 선언했으나,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 동결은 고스란히 기업의 피해로 돌아간다. 언제까지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업계에서는 하반기 소주 출고가가 최대 8~9%까지 인상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