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허덕이는 청년들…"이제야 대출 무서움 알아"

"처음 대출받을 때만 해도 필요한 돈 빌리는 거니까, 이 정도는 금방 갚을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번 삐끗해서 돌려막기를 하다보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구요."(30대 직장인 강모씨)


2030청년층의 대출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온다. 20대와 30대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 지난해 개인회생 채무자의 절반도 2030세대였다.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상환능력에 대한 인식도 없는 청년층 무분별한 대출을 막기 위해 상환능력 심사와 금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큰 생각없이 빚진 20대, 상환·연체 다가오자 '한숨'


2030 차주들은 처음 빚을 지게 된 이유에 대해 주로 학비와 생활비, 취업준비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시기 급등했던 가상자산·주식 등 자산시장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 한모씨(25)는 "부모님이 학비 외에는 지원해주기 어렵다 하셔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해왔는데, 갑자기 해고당해 생활비가 필요해 처음은 비상금대출로 200만원을 받았다"며 "지금은 햇살론 유스 신청까지 통과해 300만원을 받아 빚만 벌써 500만원"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70만~80만원 정도 벌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큰 부담은 없지만 여기서 더 대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빠른 취업만이 살 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직장인 차모씨(30)는 "취업하기 전이었던 2020년부터 가상자산 빚투를 했다"며 "처음에 햇살론유스에서 300만원, 카드사 두 곳에서 카드론으로 각각 500만원, 300만원을 빌렸는데 지금은 대출만 4000만원이 넘는데 거의 다 날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속채무조정도 알아보고 있긴 한데 연체정보 등록돼서 신용생활도 못 할 걸 생각하니 너무 답답하고 후회된다"고 밝혔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과거에 비해 유동성이 강화되면서 돈을 빌리는 게 쉬워졌고, 20대에서도 '잘 빌려주니까 이 정도는 빌려서 쓰자'고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 걸로 보인다"며 "소수이고 전문가인 금융기관에게 상환 능력을 잘 심사해서 대출하라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출은 쉽고 상환능력 심사는 느슨한데, 파산회생절차는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이해도 '낙제' 20대…"정규교육부터 금융교육 이뤄져야" 지적도


이처럼 20대가 '빚'을 쉽게 지는 이유 중 다른 이유는 금융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서 대출은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금융지식 수준은 낮아 대출로 인한 '후폭풍'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2022년 금융이해력 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 성인 금융이해력 점수는 66.5점이다. 그러나 20대의 점수는 65.8점으로 60~70대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이처럼 20대의 금융이해력 수준이 떨어지는 상황을 두고 해외처럼 정규교육부터 실생활에 밀접한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교육진흥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홍 의원이 입법조사처에서 제출받은 '국내외 학교 금융교육 실시 사례 및 관련 입법례' 자료를 보면 미국은 2018년 기준 22개 주에서 고등학생에게 졸업 필수과목으로 경제수업을, 17개주는 개인금융 과목을, 5개 주는 금융 이해력 과목을 이수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국가차원에서 '젊은 세대의 과다 부채'나 '가난 함정 방지' 등 실생활과 연계된 금융교육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규 교과과정에 운영하거나 포함할 예정이다.


홍 의원은 "청년들이 변종 대출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은퇴세대들이 투자에 실패해 노후자금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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