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위헌…헌재 "표현의 자유 제한 매우 중대"

전단 살포시 최대 3년 이하 징역…"입법적 보완 가능"

"전단 살포 억제해야 접경주민 안전 유지" 2명 반대 의견도


'대북 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사건 접수 약 2년9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헌재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남북관계발전법 일부 개정안 위헌 확인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24·25조는 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가의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며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전단 살포를 금지·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단 살포 전에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진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심판 대상 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심판 대상 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한다"며 "전단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 살포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지난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한 이후 발의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국 내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이후 통일부와 청와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과 단속 의사 등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인은 대북전단 살포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을 발의했고 같은해 12월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은 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해 말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재에 냈다.

헌재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라는 점과 그 보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정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입법자는 향후 전단 살포가 이뤄지는 양상을 살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경찰 등의 대응 조치가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단 살포 이전에 관계 기관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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