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AI로 만난 그리운 '당신'…윤리 고민은 숙제

음성 합성·이미지 구현 기술 발달…'디지털 불멸' 시대 눈앞

고인 동의 없이 가상 인간 만들면 '잊힐 권리' 논란 대두

 

#1. 2050년 가을 추석 아침. 80대 할머니 김말순씨(가명)는 눈물을 머금고 하늘로 먼저 간 부모님을 다시 만났다. 엄마가 된 딸과 갓난아기 손자도 함께했다. 김 씨의 부모님은 움직이는 인공지능(AI) 가상인간으로 재현됐다.


미래에는 보고 싶은 부모님을 AI 가상 인간으로 만나는 일이 흔해진다. 일명 '디지털 불멸(不滅)' 시대가 온다.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가상에서는 AI 인간으로 남아 가족을 지킨다. 예전처럼 안아줄 수는 없지만 따뜻한 목소리와 환한 미소는 그대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AI 인간의 활용 범위가 게임·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벗어나고 있다. 딥러닝(심층 학습)을 거쳐 TTS(텍스트 투 스피치·음성 합성) 기술과 이미지 구현 기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니어 헬스케어(건강관리) 분야에서도 AI 휴먼 인간이 나왔다. 국내 기업 '이스트소프트'는 유명 트로트 가수 태진아와 함께 'AI 태진아'를 만들어 연내 김해시 경로당 32곳에 보급할 예정이다. 


AI 태진아는 등장해 트로트·영어 팝송 등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고령층의 인지 활동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앞으로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AI) '챗GPT'와 연동해 이용자 나이와 건강상태에 맞춰 건강관리를 도울 계획이다. 


AI 가상 인간이 고령층의 일상에 자리 잡으면, 어르신과 함께 밥 먹고 생활하는 가족들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리움에 아파하는 사람을 위한 AI 기술이 속속 나올 전망이다. 어르신들이 영정사진을 미리 찍듯, AI 인간 구현을 위한 사전 작업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고인(故人)을 구현하는 AI 기술은 있다. 국내 AI 기업 '딥브레인'은 지난해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을 AI 인간으로 구현하는 '리메모리' 서비스를 전 세계 최초로 내놨다.


생전에 부모와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에피소드로 AI를 학습시킨 게 주요 특징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상 인간의 모습으로 옛날 이야기를 추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AI 인간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일명 'AI 디지털 추모'가 일상화되면 고인의 동의 없이 생전 모습과 전화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가상 인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업 '아마존'이 지난해 AI 음성 비서 '알렉사'를 통해 숨진 가족의 목소리를 복원한 기능을 선보였을 때도 '잊힐 권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수바라오 캄밤파티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알렉사의 최신 기능이 사별한 가족을 도울 수는 있겠지만, 심각한 윤리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고인 동의 없이 이런 일을 해도 괜찮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제3자가 고인의 사진·영상과 목소리로 AI 인간을 멋대로 만드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미국 유명 가수 브루노 목소리로 부른 걸그룹 뉴진스 '하입보이' 콘텐츠가 화제가 된 것처럼, 특정 인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의 없이 AI 인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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