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주변 관리 못한 제 불찰…국민께 사과"

"최순실 사심없다 생각…거절 못한 것 정말 많이 후회했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 여러번 얘기해…언급할 일 못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정농단과 공천개입 등으로 징역 22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21년12월 특별사면됐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와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이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운영 개입에 대해 "처음에 최 원장이 '재단 이사진으로 좋은 사람들을 소개할까요'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 않은 것을 정말 많이 후회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며 들으니까 최 원장이 재단 실무진의 면접도 보고 운영도 관여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를 법원이 인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최 원장이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 면담이니 기업의 애로사항이나 현안에 대해 말을 했겠지만, 저는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장들로부터 특별활동비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특활비를 제 사적 용도로 쓴 것은 전혀 없다"며 "취임 초 보좌진으로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또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그런 지원을 해왔다'길래 그러면 '지원받아서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유야 어찌 됐건 제 지시로 청와대에 지원한 것 때문에 세 분의 국정원장이 많은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특활비에 대해) 법적 검토를 받지 않았던 것은 정말 후회스럽다. 이 모든 것은 제 책임이지 이 세 분한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 성과를 언급하며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에 대해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면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정책"이라며 "제가 탄핵되기 전부터 벌써 상당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선 "대통령이 총선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정말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당에 전달하면서 '이 사람들은 꼭 공천하라'고 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을 언급하며 "제가 명시적으로 유 의원 공천을 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청와대 참모진이 제가 유 의원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공천 파동은) 제 책임"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과거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일이 못 된다"면서도 "다만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이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에 찬성한 일부 친박계 의원을 향해서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 기간에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라며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과 국정 운영에 관한 질문엔 "우선은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며 "지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4개월 정도 됐는데, 정부의 방향·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좀 성급한 감이 있다. 더군다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제에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대구 사저로 내려온 뒤 1년 이상 외부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 4월 대구 동화사, 8월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지난 13일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예방을 받았고, 전날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구 달성 현풍시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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