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헛걸음, 교수만 바쁜가요?"…MZ 열 받는 '휴강 갑질'

학생들 스케줄 아랑곳 일방적 통보…조교가 대타강의

학칙·교직원 규정 미흡…"교육당국, 악습 개선 나서야"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는 A(20대·남)씨는 지난 3일 개강을 한 뒤 2주 동안 수업에서 교수를 만날 수 없었다. A씨는 "첫 수업에 왔더니 조교가 '교수는 연구 일정으로 2주간 못 나오니 휴강'이라고 말했다"며 "개강 3주차인 지금까지도 보강 안내가 없어 언제 일정을 조정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업과 공무원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그는 "학원 등 공부 스케줄을 잡아야 해서 일정 변동에 민감한데 교수가 갑자기 보강을 잡으면 출석일수 때문에 안 나갈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각 대학에서 정하는 교수들의 휴강·보강 규정이 느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들이 교수가 통보한 보강 일정에 맞춰 개인 일정을 조정하거나, 조교가 교수 대신 빠진 수업을 메꾸는 경우가 허다해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나서 '악습'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들은 학칙에 교수의 교습시간(수업일수) 등을 정해두며 '휴강 시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의 B대학은 학칙에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는 수업기간을 철저히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휴강은 시행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휴강할 경우 사전에 학생들에게 고지한 뒤 휴강과 보강계획서를 교무처에 제출하고 반드시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대부분 대학들의 휴강·보강 관련 세부 실시 규정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강 횟수 제한, 보강 계획 제출, 보강 일시를 정할 때의 준수 사항 등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 사항은 학칙에 마련돼 있지 않았다.


교직원 규정에 관련 내용을 따로 정해둔 일부 대학들도 있지만 교직원 내부에서만 공유돼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대학들은 학칙에 "(휴강 및 보강)규정을 위반할 경우 교원업적평가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해 '원칙적 휴강 금지'를 분명히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휴강 남발'에 대한 불이익 규정도 없었다.


서울 소재 다른 대학에 다니는 김모씨(22·여)는 "다른 분들은 거의 휴강을 하지 않는데 휴강을 하는 교수님만 늘 갑자기 휴강을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 학기에는 수업을 들으려고 교실에 왔는데 '오늘은 휴강'이라고 통보받은 적이 한 수업에서만 4번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의 보강 일정을 조교가 대신 하는 일도 흔하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며 조교를 하고 있는 신모씨(20대)는 "교수가 유명해서 여러 개인 일정을 가는 경우나 학술대회에 참석하려고 여러번 휴강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한 교수가 한 달가량 수업을 안 한 적도 있었는데 이때 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몇개 찍어두고 나머지는 조교 수업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교수인 40대 남성은 "학칙·교직원 규정 개정을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휴강·보강 규정을 강화하려면 교육당국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할 수밖에 없다"며 "학술대회 등 꼭 필요한 연구 일정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도 교원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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